"韓 10배 수준 일본·독일은 자체개발 못지않게 M&A도 적극적"

소재부품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 지름길인 해외 인수·합병(M&A)이 지난 10년간 30건에 이를 정도의 실적을 올렸으나 여전히 일본, 독일 등에 비해서는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소재부품투자기관협의회(KITIA)에 따르면 2008∼2017년 10년간 소재부품 분야에서 해외 M&A로 시장과 기술을 확보한 경우는 연평균 3건씩 총 3천634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이 정도 M&A 실적은 중소·중견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현실에서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인 에프엔에스테크는 미국 기업을 인수해 CMP 패드(Pad)라는 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1조3천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공급망 시장 진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기술확보 지름길' 소재부품 해외 M&A 10년간 30건
해외 M&A는 기술확보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국산화보다 손쉽고 발빠른 지름길로 평가된다.

정부도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해외 소재부품 기술과 기업에 대한 M&A를 장려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전에도 한국의 소재부품 경쟁 대상이 된 일본 등의 활발한 M&A 활동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내 기업의 소재부품을 포함한 전체 제조업 M&A 실적은 지난해 42건, 91억달러였는데 이는 일본 164건, 1천285억달러에 비해 건수로는 25.6%, 금액으로는 7.1%에 불과했다.

미국 제조업이 지난해 507건, 99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 기업·기술 M&A를 한 것이나 중국이 117건, 218억달러, 독일이 177건, 153억달러의 해외 M&A를 한 것과도 비교가 안된다.

이들 국가가 자체 개발투자 못지않게 해외 M&A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이 소재부품 등 제조강국으로 올라선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KITIA 관계자는 "이들 국가의 제조업 M&A 실적엔 소재부품 분야의 경향성도 반영돼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우리 기업의 M&A 실적은 주요 경쟁국들의 10%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내 소재부품 기업이 따라잡기(catch up) 위주의 자체 기술개발 전략에 치중해 왔다는 점이 해외 M&A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기업에 종속적으로 성장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여전히 내부 역량만으로 기술을 개발하려는 폐쇄적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애플, 인텔 등 해외 선진기업들은 핵심 기술 및 시장의 주도권 선점을 위해 M&A나 일부 지분을 사들여 제휴를 맺는 등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진하는 것과 대비된다.

'기술확보 지름길' 소재부품 해외 M&A 10년간 30건
이들 국가에서는 M&A를 통해 성과를 신속히 내고 이를 다시 재투자하는 민간주도의 전(全)주기 생태계가 마련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내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이 같은 글로벌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선뜻 해외 M&A나 해외기술 획득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외 매물·투자자 등 관련 정보와 전략의 부족, 해외기술 획득후 사업화 개발 부담, 해외 M&A에 따른 경영 리스크 등의 애로를 호소했다.

KITIA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해외M&A에 대해 거래규모의 최대 10%까지 법인세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지원 대책을 잇달아 내놓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KITIA는 2001년 4월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따라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민관 매칭 펀드를 지원하는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중 투자심사 부문을 맡고 있다.

벤처캐피탈, 은행 등 140여개 회원사가 연간 수백억 원씩 투자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