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에 정책 대응이 없으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한국 경제의 대외 변수를 둘러싼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치 "美의 對中관세 부과, 한국 올 성장률 0.5%P 떨어뜨릴 수도"
제러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연구원은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피치와 한국기업평가가 공동으로 연 세미나에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미국은 이달 1일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3000억달러(약 35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중 1120억달러에 15% 관세를 매겼다.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이미 25%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피치는 지난 6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내린 데 이어 지난달엔 내년 전망치를 2.6%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와 S&P도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추면서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피치는 한·일 간 무역마찰 여파도 부담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주크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서로를 제외한 조치는 공급망을 교란하고 기업 실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며 “무역분쟁이 한국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확대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일 무역갈등이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밸류체인 공급구조로 볼 때 한국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봤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주크 연구원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디플레이션 신호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여기엔 한국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이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1.25%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