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분야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제조 공장과 설비에 드는 비용 부담 등 진입장벽이 높아 제조 분야는 스타트업의 불모지로 꼽힌다.

최근 제조 스타트업의 ‘도우미’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 양산을 대행하거나 컨설팅해주는 기업들이다. 기존 제품의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을 돕고 유통망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제조 유니콘 키우는 '스타트업 도우미'가 뜬다
스타트업 아이디어 ‘상품화’

N15는 국내 첫 제조업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생산지원 업체)다. 스타트업이 제품 생산을 의뢰하면 견적 등 검토를 거쳐 생산을 지원한다. 국내 150개사 공장 네트워크를 활용한 공장 추천에서 납기에 맞춘 제품 생산까지 관리해준다. 스타트업이 단순한 아이디어만 보유하고 있어도 기존 제품 분석과 설계 등을 도와준다. 스타트업 수요에 따라 시제품 생산과 대량 양산까지 맞춤형 컨설팅도 대행해준다. 고데기 모양의 헤어드라이어, 입안을 청소하는 혀 클리너, 이동형 냉장고 등이 N15가 스타트업들과 협업으로 생산한 제품들이다.

제조 대행이 아니라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인 만큼 제조 스타트업 투자와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허제 N15 대표는 “한국은 전국 공장 인프라가 강력해 제조기업의 잠재력이 크다”며 “단순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적인 성격을 덧붙여 기업 스케일업을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굿즈컴퍼니가 만든 ‘우화만’은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받아 화장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제조하는 것을 사업모델로 한다. 우화만은 ‘우리 화장품 만들래’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토커’로 불리는 사용자들이 “이런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면 ‘메이커’인 우화만 직원들이 이 가운데 상업성을 갖춘 제품을 검토해 생산한다. 제품 판매 수익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토커와 일부 나눠 갖는다.

소비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만큼 기존 제품과 다른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 우화만이 최근 내놓은 ‘네일어라모드 핸드크림’은 핸드크림에 보습과 미백기능을 담았다. 얼굴에 화장하는 것처럼 손의 핏줄이나 점 등을 가릴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우화만에서 제조하고 전용몰인 우화만 스토어를 통해 판매된다. 우화만 관계자는 “생산이나 마케팅 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사장되는 좋은 아이디어들에 주목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진정성 있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현실화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유통·R&D 지원도

팩토리얼은 기존 제조 중소기업 제품의 유통과 R&D를 지원한다. 수입제품을 주로 취급해온 코리아테크는 2000년 국내 중소기업 제품으로 품목을 집중하기 위해 설립했다. 기능은 뛰어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해 마케팅 등을 거쳐 가치를 높인다. 제품 판매로 올린 수익은 일정 비율로 나눈다. 팩토리얼이 R&D 명목으로 중소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팩토리얼이 판매하는 식품포장기인 이지플러스는 두원물산이 생산한다. 두원물산은 20년간 식품포장기만 생산한 중소기업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비닐봉투를 자르거나 접착해 남은 음식을 보관할 수 있다. 팩토리얼 관계자는 “이영애 강호동 등 제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 모델을 발굴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골공장은 제조 공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망을 제공한다. 국내에 기술력은 있지만 마케팅과 기획능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를 찾아 소개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매년 300개 이상 제조공장을 찾는다. 이 가운데 제조능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공장을 찾아 창업 스토리와 제품 강점 등을 사이트에 올린다. 올 7월 말 기준 60여 곳의 제조사를 단골공장을 통해 소개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