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硏 "손보, 시장 쟁탈전에 사업비↑…생보는 시장위축 탓"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보험회사에서 챙기는 판매촉진비(시책비)가 지나치게 많아져 보험료 인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 김동겸 수석연구원은 22일 '보험회사 사업비율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요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사업비율 추이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사업비율은 매출(보험료 수입)에 견준 사업비 규모다.

사업비는 계약을 유치·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수당, 점포운영비, 판매촉진비, 광고·선전비, 인건비 등)이다.

설계사는 계약을 유치하는 만큼 수당과 시책비를 받는다.

문제는 보험 시장이 전속 설계사에서 GA 설계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GA 설계사들이 과다한 시책비를 요구하고, 일부 보험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GA 설계사에게 높은 시책비를 보장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300%, 때로는 500%의 시책비를 내세워 GA 설계사들을 끌어들였다.

가령 500% 시책비는 보험 한 건을 팔면 월 보험료의 5배를 수당과 별개로 한꺼번에 챙기는 것이다.

손보업계 5∼6위 메리츠화재는 이같은 공격적 영업으로 실손의료보험과 치매를 비롯한 각종 질병보험 등 장기손해보험 분야 매출에서 업계 1위 삼성화재를 앞질렀다.

"GA 과다 판촉비, 보험료 인상요인"…메리츠 등 도마에
김 연구원은 "손보업계는 사업비 증가율이 보험료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사업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장기손해보험의 신계약비가 늘고, 신계약비가 주로 GA 설계사에 대한 비용을 중심으로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장기손해보험 신계약비는 7조3천억 원으로 손보 전체 신계약비의 80.1%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6년에는 75.9%였다.

장기손해보험의 대리점 채널 신계약비는 2016년 3조2천억원에서 2018년 4조5천억 원으로 연평균 18.8% 증가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장기손해보험 시장을 차지하려고 메리츠를 비롯한 손보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다 보니 10개 주요 손보사의 사업비율은 2016년 22.8%에서 2017년 23.5%, 2018년 24.9%로 상승했다.

논란이 커지자 메리츠화재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첫 사례가 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대리점 채널을 통한 장기손해보험 판매 과정에서 모집실적에 따라 모집인에게 지급한 비례수당은 2016년 2조3천238억원에서 2018년 2조9천495억원으로 연평균 12.7%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시책비 등 모집실적에 따라 모집인에게 지급한 판촉비 증가율은 대리점 채널(38.4%)이 비대리점 채널(15.1%)보다 2.5배 더 높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사업비율도 2016년 12.9%에서 2017년 13.5%, 2018년 13.6%로 상승 추세다.

다만 생보사들의 사업비율 상승은 손보사들과 달리 시장 규모가 위축된 탓이라고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신지급여력비율(K-ICS)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다 보니 신계약이 줄고, 매출(보험료 수입) 감소폭이 사업비 감소폭보다 커지면서 사업비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금융위원회도 일부 보험사가 GA에 과다한 시책비를 지급하고 다른 보험사도 이에 편승하는 경우 보험료 인상 및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판촉비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GA 과다 판촉비, 보험료 인상요인"…메리츠 등 도마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