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시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할지를 다음달 결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이 개도국 특혜를 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에서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많아져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익을 우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지위 관련 안건이 공식으로 상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부총리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아니다. 다음달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답했다.

한국은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6일 “비교적 발전한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이용한 혜택을 못 받게 해야 한다”며 “90일 내 WTO가 진전된 안을 내놓지 못하면 미국은 해당 국가를 상대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쌀 변동직불제를 없애는 대신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 WTO 개도국 지위 덕분에 연간 1조4900억원의 농업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이는 대부분 쌀 변동직불금으로 사용된다.

작물 종류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공익형 직불금은 WTO가 ‘허용대상보조금’으로 분류해 한도가 없다. 이 때문에 쌀 변동직불금을 없애면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