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 빠져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 도입
< 채용정보 촬영하는 중년 구직자 >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스마트폰으로 채용정보를 찍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 채용정보 촬영하는 중년 구직자 >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스마트폰으로 채용정보를 찍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우수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인 정년 연장 시행 여부는 현 정권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논의를 미뤘다.

기획재정부는 18일 고용노동부 법무부와 함께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에는 정년연장 결정 안한다

대책은 근로자가 정년 60세를 넘어서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한 중견·중소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60세 이상 고령자를 많이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원은 1인당 월 9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또 사실상의 정년 연장 방안인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에 정년 60세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기재부는 “계속고용제도를 당장 도입하는 것은 아니고 2022년부터 도입 여부와 시기를 본격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의 선결 과제로 꼽히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 등은 대책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세대 간·사회적 갈등사안을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우수인재 전용 비자를 신설하는 방안도 대책에 담겼다. 정부는 학생·청년 인구 감소에 대응해 교원 수를 조정하고 군의 인력 확보 체계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정년연장 2022년에 논의한다며…노동유연성은 언급조차 안해
범정부 TF 구성…20개 중점 과제 선정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에는 정년연장 결정 안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임에도 이전 정부에선 대비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많다고 한다. 지난 6월 초 “정년 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던 사람도 홍 부총리다. 여러 경제·사회 이슈가 쉼없이 터지는 가운데 기재부가 18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내놓은 것도 홍 부총리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막상 대책 내용은 ‘맥이 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 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은 이미 발표된 내용이고 무엇보다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는 2022년에야 시작하겠다고 했다. 정년 연장 전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과제로 꼽히는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등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현 정부의 인구정책 역시 ‘용두사미’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년 연장 논의는 2022년부터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에는 정년연장 결정 안한다

정부는 이날 20개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이 가운데 △고령자 고용 활성화 △외국인력의 효율적 활용 △외국 우수인재 유치 등 세 가지 과제의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특히 주목받았다. 기업에 정년 60세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일본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일본은 2004년 65세까지 고용 연장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고치고 2006년부터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2013년 정년 65세가 완성됐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공식화했다는 해석과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자 정부는 보도 해명 자료를 내고 “정년 연장 및 계속고용제도 도입 시기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2022년부터 논의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3개월여 전 ‘지금부터 정년 연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던 데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청년층의 반발, 세대 간 갈등 유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떻든 중대한 사안에 대해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기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논의를 시작하는 건 사실상 현 정부 때는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이 있기는 하나 정년 연장 문제를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부터 해야”

정년 연장의 선결 과제인 노동시장 구조 개선 방안은 쏙 빠진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봉이 오를수록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조차 교체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정년만 늘리면 기업이 큰 타격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건 일의 선후가 바뀐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2022년부터 정년 연장을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고용 연장 의무화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60세 이상 고령자를 적극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한 중견·중소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호응할지엔 물음표가 따른다.

저출산 고령화는 당초 예상보다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장래 가구 특별추계’를 보면 국내 총가구 수는 2040년 2265만1000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2047년엔 2230만3000가구로 줄어든다. 가구 수 감소 시점이 2017년 내놨던 추계보다 3년 앞당겨졌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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