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활용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없다.”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물류업체인 인터파크로지스틱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들에 사내하도급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주문했다. 이 회사는 올초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고용해 고용부가 정규직 전환 모범사업장으로 선정한 곳이다. 이 장관의 이날 방문은 고용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별 없는 일터지원단’ 컨설팅 사업을 점검하고 홍보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최근 법원에서 사내하도급의 불법 파견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주무부처 장관까지 나서자 정부가 기업에 직접 고용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인터파크로지스틱스는 지난 1월 121명(46%)의 사내하도급 직원을 전원 정규직화했다. 우선 기간제로 전환한 뒤 업무평가 등을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바꿀 예정이다. 직접고용 이후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시간당 물류 처리량이 증가하는 등 경영성과도 좋아졌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탁송업무 하도급 직원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선적 업무는 자동차 생산 공정이 아니라 운송 업무”라는 사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현장 근로자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급 5명도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제조 공정이 아닌 선적 업무와 일반 근로자가 아닌 관리자급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998년 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청소, 운전, 비서, 행정 등 32개 업종에서만 파견을 허용하고 제조업에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지난해 9월 취임한 이 장관이 사내하도급과 관련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계에서 최근 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 장관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정부 정책을 들여다보면 도급은 무조건 나쁘고 직접고용만이 옳다는 획일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며 “기업 특성에 따라 도급이나 파견근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경제·고용 등 고려한 판단…노·사·공익위원 전원 의결 참여"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게 결정돼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근로장려세제(EITC)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장관은 이날 서울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청년·여성·장년 노동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내년도 인상률 때문에 노동자 생활 안정에 대한 염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임금 격차 해소는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정책을 통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정부에서는 올해 대폭 확대된 근로장려금이 노동자의 소득향상에 기여하도록 꼼꼼히 집행하고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건강보험료 보장성 강화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강구하고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이 장관은 "이번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87%로 인상률을 정한 것은 노동자 생활 안정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고용 상황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또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지난 33년간 표결 없이 최저임금안을 합의하거나 최저임금위원 27명 전원이 참여해 의결한 것은 이번 심의를 포함해 총 열 차례"라며 "이번 심의 시에도 최저임금안 수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노·사·공익위원 27명 전원이 최저임금안 의결까지 함께했다"고 덧붙였다.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 장관의 평가는 노동계가 최저임금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 제기서를 노동부에 제출하며 재심의를 요구했다.한편,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에 관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장년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보다는 고용 안정과 일자리 확보가 중요하다"며 "사업주의 고용 여력 확보 및 장년 노동자의 일자리 기회 확대를 위해 장년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이에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서 기준 임금으로 작용하므로 청년 노동자에 대한 연령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에 집중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나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2.87% 인상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어서 실망스럽다"며 "소상공인 지원 등 정부 대책을 착실히 수행해 2021년 적용 최저임금은 충분히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이 22일 일본의 경제보복을 ‘재난 사태’로 규정하고 관련 업종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즉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을 국산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제3국 대체 조달을 위한 테스트 등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 인력과 지원 인력의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보복조치와 관련한 업종과 기업에 대해 사실상 주52시간 근무 제한을 풀어주고 관련 기업의 적극적인 활용을 주문한 것이다.특별연장근로는 주당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 이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제53조)에 따라 자연재해 또는 재난관리기본법상 자연·사회재난, 그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고용부는 2015년 개성공단 폐쇄 때도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하고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다. 특별연장근로인 만큼 최대 근로시간 상한 없이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다만 연장근로에 대한 노사 합의는 필요하다.고용부가 이번에 발표한 특별연장근로 허용 대상은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목한 3개(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와 관련한 업체들이다. 해당 업체들은 관련 인력에 대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3개월간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3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이 장관은 “기업이 신청하면 3일 내에 인가를 받을 수 있고, 급박한 경우에는 사후 신청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용부는 향후 일본의 행보에 따라 특별연장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 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면 또 어떤 산업의 피해가 클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R&D 업종의 재량근로제 활용도 독려하기로 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성격상 근로자 재량이 중시되는 경우 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노사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이달 말 ‘재량근로제 활용 가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백승현/김익환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