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자동차가 줄지어 선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자동차가 줄지어 선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래빗은 2019년 9월 15일 [팩트체크] '닛산 철수설' 진짜 불매 때문일까…'글쎄' 를 보도했습니다.

5대 일본 수입차 브랜드(도요타·렉서스·닛산·인피니티·혼다)가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분석했습니다. 특히 한국 철수설이 불거진 '닛산'의 경우 이미 불매운동 오래 전부터 판매가 부진했다는 점을 보여드렸습니다. 같은 브랜드인 닛산과 인피니티도 불매운동의 타격을 입었겠지만, '한국 시장 철수'까지 고려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오래된 부진'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수입차 등록량 [팩트체크] 2편에서는 분석 대상을 국내 수입차 24개 브랜드 전체로 넓혀봅니다. BMW, 벤츠, 아우디 등 익숙한 브랜드와 더불어 마세라티,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고급 브랜드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분석 결과 최근 3년여 수입차 등록량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2003년부터 우상향을 이어오던 BMW 등록량이 2018년 처음으로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2016년 BMW를 따라잡고 '1등 수입차' 자리를 탈환한 벤츠 역시 2018년 들어 성장세가 둔화했죠.

수입차 침체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화 조짐도 명확해 보입니다. 뉴스래빗이 16년 8개월치 데이터를 한 데 모아보니 2003년부터 10년 정도를 우상향만 해오던 수입차 등록이 3년 전부터 상자에 갇힌 듯 제자리 걸음 중입니다. '빅2' 독일차 브랜드의 부진에 일본 불매운동 영향까지 더해져 당분간 나아지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매월 수입자동차 등록 현황을 발표한다. 24개 수입차 브랜드의 월별 등록 대수를 알 수 있다. 뉴스래빗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월별 수입차 등록 현황 전수를 수집했다. 2003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16년 8개월치다.

9월 4일경 발표된 8월 등록 현황은 다수 보도됐지만, 17여년치 전수를 시각화하는 건 최초다. 8월분 1개월치에서 더 나아가 17년여간의 '수입차 흥망성쇠'를 알아본다. 지난 2019년 9월 15일 뉴스래빗이 보도한 [팩트체크] '닛산 철수설' 진짜 불매 때문일까…'글쎄' 에서 일본차 브랜드 5종만 살펴본 데 이어 분석 대상을 24개 브랜드 전체로 확대한다.
절대 강자없던 수입차 시장
10년새 '막강 2강' 벤츠·BMW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 브랜드 중 '절대 강자'는 없었습니다. BMW·벤츠·렉서스·혼다·아우디·폭스바겐 등 익숙한 브랜드들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죠.



정확히 10년 전인 2009년, 수입차 등록 수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1위인 BMW는 9652대, 2위 벤츠는 8915대가 새로 등록됐는데요. 같은 해 바로 다음으로 아우디(6664대)·폭스바겐(6511대)·렉서스(5053대)·혼다(4095대)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후 벤츠·BMW는 선두 그룹을 유지하며 승승장구합니다. 2011~2012년 2만대, 2013~2014년 3만대, 2014~2015년 4만대, 2016~2017년 5만대를 돌파하며 급성장했죠.

'2강' 뒤 바짝 좇던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회복 기미 없다

아우디·폭스바겐 역시 뒤를 좇으며 성장세를 유지했습니다. 2009년 각각 6000여대 수준이던 등록 수가 2015년엔 3만여대 수준으로 커졌죠. 아우디와 폭스바겐 두 브랜드 모두 5년여만에 5배 성장한 셈입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아우디·폭스바겐 등록량이 폭삭 가라앉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독일차 브랜드가 벤츠·BMW '2강'으로 굳어진 결정적 계기입니다.



2017년엔 두 브랜드 모두 아예 0대였습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계기로 2016년 환경부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던 아우디·폭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재판매를 시작한 2018년에도 폭스바겐 1만5390대, 아우디 1만2450대에 그쳐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자동차가 함께 선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자동차가 함께 선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벤츠에 1등 뺏긴 BMW 계속 '하락'
'승승장구' 벤츠마저 꺾였다

BMW와 벤츠 사이 관계에도 변화는 있었습니다. 2016년 벤츠가 BMW를 역전했죠. BMW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수입차 중 연간 등록 수 1위를 10여년간 지켜왔습니다.



2015년부터 BMW 디젤 차량에서 연쇄적으로 불이 나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로도 2019년 현재까지 BMW는 벤츠를 추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처음 순위가 뒤집힌 2016년 7884대(벤츠 5만6343대, BMW 4만8459대)이던 두 브랜드 간 격차는 2018년 2만274대(벤츠 7만798대, BMW 5만524대)까지 벌어졌습니다.

벤츠와 BMW의 희비는 2018년 연간 등록수를 보면 두드러집니다. 2018년 신규 등록 수가 전년인 2017년 대비 벤츠는 상승, BMW는 하락했습니다. 수입차 '2강'으로 자리잡은 두 브랜드는 데이터로 확인 가능한 2003년 이래로 한 번도 연간 등록수가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BMW의 2018년 등록량 감소는 무려 15년만에 처음 맞는 변곡점인 셈입니다.

아우디·폭스바겐 추락 사이
일본차 반등했지만 '불매' 결정타




일본 수입차 브랜드들은 독일차 '2강'과 아우디·폭스바겐에 의하면 그 세가 미미합니다. 2018년 도요타·렉서스·닛산·인피니티·혼다 5개 일본차 브랜드 등록 수를 다 합하면 4만5253대입니다. 같은 해 BMW(5만524대), 벤츠(7만798대) 단일 브랜드 등록 수에도 못 미칩니다.



'2강'과의 격차는 크지만 아우디·폭스바겐이 사라진 수입차 시장이 일본 브랜드에게 기회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 판매 중인 5개 일본 브랜드(도요타·렉서스·닛산·인피니티·혼다) 차량 등록 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디젤 게이트 문제로 일본 브랜드를 뺀 수입차 총 판매량이 오르락내리락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을 시기였죠. 그런 와중에도 도요타와 렉서스는 2018년 한국 시장 진출 이래 최대 등록 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사이익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일본 브랜드 등록 수를 월별로 쪼개 살펴보니, '일본 불매운동'이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6월을 기점으로 도요타·렉서스 등록 수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죠. 닛산·인피니티는 뉴스래빗이 이전 보도 [팩트체크] '닛산 철수설' 진짜 불매 때문일까…'글쎄' 에서 밝혔듯 불매운동 전부터 이미 맥을 못 추고 있기도 합니다.


끝 모르던 상승세 3년 '제자리'
디젤·일본 악재…회복 기미 안보인다


13년 간의 수입차 등록 추이를 보면 정체된 모습이 분명히 눈에 띕니다. 월별로 등락은 있지만, 2015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그래프가 상자에 갇힌 듯 제자리에서 오르내리고 있죠. BMW 리콜,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중지, 일본 불매운동 등 다방면에서 악재가 끊임 없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10년 연속 1등 수입차' BMW는 2015년 벤츠에게 역전당한 후, 2018년엔 사상 최초로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벤츠 또한 5년여간 이어온 '폭풍 성장'이 2018년 들어 눈에 띄게 둔화했습니다. 올 8월까지의 판매량으로 미루어 보면 2019년도 2018년 대비 나아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
[팩트체크] '2강' 벤츠도 BMW도 꺾이기 시작했다…수입차 16년 '흥망성쇠'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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