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인 코링크PE의 이상훈 대표가 1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가 조사받기 전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인 코링크PE의 이상훈 대표가 1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가 조사받기 전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조국 사모펀드’ 의혹의 진원을 코스닥 작전 세력으로 보고 있다.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을 둘러싸고 수많은 기업과 인물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핵심 인물은 더블유에프엠 실소유주인 우모 회장(60)과 그 측근인 정모 전 큐브스 대표(45)다. 정 전 대표는 ‘버닝썬 사태’에도 연루됐던 인물이다. 그는 ‘선수’로 뛰고 우 회장은 ‘전주(錢主)’ 역할을 하면서 수년 동안 손발을 맞춰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이자 코링크PE 총괄대표로 활동한 조범동 씨(36)가 지난 16일 구속되면서 핵심 2인방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됐다. ‘조국 펀드’를 둘러싼 의혹을 완전히 밝히려면 이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국 펀드’ 의혹의 중심, 우 회장과 정 전 대표

검찰은 17일 정 전 대표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해외 도피 중이던 우 회장도 검찰에 출석했다.

우 회장과 정 전 대표는 ‘조국 펀드’ 의혹의 중심에 있다. 우 회장은 코링크PE ‘설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펀드 자금에 거액을 태우고 코링크PE에는 더블유에프엠 주식 53억원어치를 무상증여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윤모 총경, 가수 승리와 친분을 과시했던 인물로 수많은 코스닥 인수합병(M&A)에 앞장섰다.

이들은 2010년대 초반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세트’로 활동했다. 정 전 대표가 투자 물건을 가져오면 우 회장이 자금을 댔다. 우 회장은 경기 파주에 기반을 둔 운수업체 2세로 주유소 충전소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다. 코스닥시장에서만 수백억원을 굴려왔다. 정 전 대표는 코스닥 기업 M&A를 주도하면서 우 회장 자금 등을 끌어다 썼다.

두 사람은 화장품 테마에 집중 투자했다. 중국 소비 테마가 뜨던 때였다.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던 화장품업체 코스온 투자로 ‘돈방석’에 앉기도 했다. 우 회장은 코스온 지분 4.57%(주당 매입단가 3500원대)를 10배 안팎의 차익을 내고 판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도 코스온 투자로 ‘한몫’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일이다. 이에 앞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코스온 전환사채(CB)에 투자해 두 배 이상의 차익을 거뒀다.
'조국 펀드'와 결탁한 증시 작전세력…핵심 2인방은 '코스닥 타짜'
코스닥 문어발식 투자 후 작전으로 주가 띄워

정 전 대표는 당시 활동 반경을 눈에 띄게 넓혔다. 2014년 말 우 회장의 더블유에프엠(당시 에듀박스) 인수도 정 전 대표가 주도한 딜이다. 한 코스닥 전문 투자회사 대표는 “당시 정 전 대표가 인수하려고 했지만 자금조달에 실패해 우 회장이 의도하지 않게 경영권 지분을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정 전 대표가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 경영권을 인수하고 대표로 취임한 시기도 2015년 초다. 그는 큐브스 대표를 맡으면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2016년에는 이찬진 대표가 이끌던 코스닥 상장사 포티스도 인수했다. 또 비상장사인 큐브바이오 대표를 맡기도 했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웰스베이를 포함해 최소 네 개 회사의 대표직을 겸직했다.

우 회장은 정 전 대표 관련주에 대부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큐브스에는 개인 자금은 물론 더블유에프엠 자금까지 끌어다가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2015년 당시 큐브스 주가는 4000원 초반에서 3만6000원대로 치솟기도 했다.

정권 바뀐 뒤 코링크PE로 갈아타

당시 정 전 대표는 승리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중국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와 함께 일했던 한 관계자는 “승리와 서울 삼성동에서 사무실을 같이 쓰면서 큐브바이오 중국 투자금을 유치하는 일을 했다”며 “한편으로는 승리 브랜드를 활용한 중국 화장품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3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중국 사업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우 회장이 조씨와 손잡고 코링크PE와 새로운 그림을 그린 건 이 무렵으로 전해졌다. 한 코스닥 M&A 전문가는 “이들에게 사모펀드는 코스닥 M&A에서 활용되는 투자 조합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뿐”이라며 “CB 발행과 우회상장을 통해 재료를 만들어 주가가 반짝했을 때 빠져나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큐브스 시절 중국 현지법인에 60억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전 대표는 실력보다 인맥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라며 “사적인 자리에서 청와대에 아는 줄이 있다는 말을 자랑하듯 여러번 했다”고 전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