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美 주요 도시 호텔 인수
단일 부동산 투자론 '역대 최대'

수익형 자산에 집중 투자
관광산업 잠재력에 베팅
박현주의 7조원 '통큰 베팅'…美 최고급 호텔 15개 쓸어담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1일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 도시에 있는 5성급 호텔 15개를 통째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약 58억달러(약 6조9000억원). 국내 금융자본의 해외 부동산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 옮겨 해외 전략에 집중한 지 1년여 만에 던진 승부수다. 블랙스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글로벌 투자자들과 경쟁한 끝에 이번 거래를 따냈다. 한국의 투자 영토를 넓히는 이정표가 될 만한 거래라는 평가다.

“관광산업에 미래 있다”

박 회장의 투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관광 서비스업’과 ‘수익형 자산’. 이 둘의 접점을 ‘호텔’ 사업에서 찾고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투자 역시 미국 관광시장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미국은 실업률 3%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하면서 소비지출과 내수 관광 수요가 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미국의 관광 관련 산업은 지난 10년간 4%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이 가운데 호텔업은 연간 6%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의 7조원 '통큰 베팅'…美 최고급 호텔 15개 쓸어담았다

인수 대상은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하우스호텔, 시카고 인터컨티넨탈호텔 등 도심 랜드마크급 호텔과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리조트,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라구나비치 몽타주 리조트 등 휴양 숙박시설로 미국 주요 도시 아홉 곳에 고루 분포해 있다. 총 객실 수는 6912개, 연회장 규모는 6만600여㎡다.

안방보험이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한 자산이다. 안방보험은 국부 유출과 무리한 차입 등의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경영권을 환수당하자 해외 자산을 대거 시장에 내놨다.

뉴욕 JW메리어트 에식스하우스

뉴욕 JW메리어트 에식스하우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등 단기 영업 대신 유망 산업에 장기투자해 수익을 내겠다’는 박 회장의 지론에 따라 미래에셋은 호텔 등 관광산업에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2013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을 약 38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과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을 연달아 사들였다. 이듬해엔 하와이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리조트를 9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엔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호텔에 1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번 미국 호텔 인수로 미래에셋이 보유한 전 세계 호텔 객실 수는 총 1만704개로 늘었다.

수익형 부동산에 주목

이번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저성장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의 자산 가운데서도 안정적으로 현금이 나오면서 자산가격 상승이 반영되는 핵심 부동산을 확보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철저하게 지속적인 일드(수익)를 창출하는 우량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은 수익만 좇는 익숙한 투자보다는 불편하고 힘든 의사결정이 되더라도 글로벌 분산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일본 등의 오피스 자산은 오랜 기간 저금리로 자산 수익률이 낮아져 불황에 민감해졌다. 반면 우량 호텔은 다르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고 입지의 명성이 높은 고급 호텔은 불황을 이길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부동산에 과도한 투자 지적도

일각에선 미래에셋그룹의 포트폴리오가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가운데 추가로 수조원 단위의 인수를 결정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환경에 큰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의 주요 지분투자 자산도 프랑스 파리의 마중가타워,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 등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투자 대상을 주요 해외 기업 지분과 인프라 자산 등으로 다양화하는 게 과제라는 지적이다.

이현일/오형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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