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가 ‘제로(0) 금리’에 대비한 경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금리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바클레이즈 글로벌 금융서비스 콘퍼런스’에서 “금리가 제로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도입할 수 있는 수수료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시점에서 미국에서 제로 금리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당연히 위험 관리 차원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먼 회장은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은행은 비용을 절감하고 줄어드는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최대 은행이 이런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1년 전만 해도 미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으며, 미국 은행들은 올해에도 여전히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Fed는 지난 7월 말 10년 반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고 오는 17~18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세계와 미국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다이먼 회장은 올해 미국의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간 데 대해 놀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는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연 4%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10년물 금리는 올초 연 2.68%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이날 연 1.7% 수준에서 거래됐다. 독일 등 주요 국가의 국채 수익률은 이미 마이너스다.

JP모간뿐 아니라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의 다른 대형은행도 금리 하락에 따라 올 하반기 대출 수익성이 과거에 예상했던 것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토머스 몬테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세계에는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멈추고 기다리게 하는 충분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