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사이에선 '쫑구형'이지만 '뚝심' '돌직구' 수식어 따라다녀
퇴임 후 총선 출마 카드 남아…차기 부총리 후보군에도 포함
文정부 초대 금융위원장 임무 마친 뚝심의 위기관리자 최종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9일 금융정책 수장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고 떠났다.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임명된 지 2년여만이다.

말 많고 탈 많은 금융 바닥에서 '위기관리'라는 기본 중 기본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최 위원장은 '쫑구형'이라고 불렸다.

과장이나 국장 이상 고위 간부들은 사석에서 '쫑구형'이라고 불렀고 그보다 어린 직원들은 좀 더 어렵게 부른다는 것이 '쫑구형님'이었다.

편하고 다정다감하다 보니 '형' 호칭이 붙었고 소탈·장난스러운 측면이 있다 보니 이름의 '종'자를 '쫑'으로 바꿔 불렀다는 것이 한 금융위 공무원의 해석이다.

장관급 고위공무원임에도 그만큼 후배들이 편하고 가깝게 생각했다.

최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재직시절 서기관 이하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서도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다 보니 금융위 직원들이 위원장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도 쉽게 했다.

위원장의 생각과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해도 끝까지 들어주고 그 얘기가 더 합리적이라면 지체없이 수용하는 리더십 덕분이었다.

최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나 키코(KIKO), 재벌개혁, 전북 금융중심지 조성 등 이슈에서 시기상조론 또는 반대 의사를 피력하며 개혁 성향을 의심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 대부분은 금융위 실무진의 의견을 최 위원장이 받아들여 대외적으로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생각은 내가 한다.

직원들은 그것을 실현한다'는 식의 상당수 고위 공직자들의 리더십과는 구조적으로 결이 달랐다.
文정부 초대 금융위원장 임무 마친 뚝심의 위기관리자 최종구
최 위원장이 후배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본인 목소리를 낸 경우도 물론 있었다.

지난 5월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고 직격탄을 쏟아낸 것이 그런 사례다.

참모진이 수차례 말렸지만 기자들과 질의응답 도중 "내가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며 이런 말을 쏟아냈다.

지난해 3월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하나금융으로 추정되는 제보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낙마하자, 최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검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행동이 조심스럽고 용어를 극도로 고르는 일반적인 고위공직자들은 구사하지 않는 돌직구였다.

공직 생활 내내 '뚝심'이란 단어가 따라붙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08년 금융위기의 파고를 진두지휘했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출신답게 위기관리엔 탁월했다는 평가가 많다.

2018년초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대책, 같은 해 9·13 주택시장 안정 방안 중 금융대책, 올해 초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최 위원장 스스로는 재직 기간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핀테크 혁신에 상당한 의미를 두기도 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과 갈등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금융시장을 두고 임기를 마치는 데 대해 최 위원장은 "금융위는 99.99%의 저력을 가진 공무원들이 모인 곳이므로 상황에 맞게 신축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재임 중 김상조 정책실장(공정거래위원장 시절부터)과는 특히 가까웠다.

김 실장은 이날 최 위원장 퇴임을 위해 금융위 직원들이 만든 동영상에 깜짝 등장해 "사람들이 나와 최 위원장을 '톰과 제리'라고 하는데 누가 톰이고 누가 제리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최 위원장과 함께한 시간은 공직 생활 중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최 위원장은 퇴임 이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본인이 여전히 고사하는 상태로 전해졌다.

그는 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군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