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의 한국 시장 철수 검토가 국내 수입차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닛산과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가 철수하면 한국에는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등 3종의 일본 브랜드만 남는다. 일각에서는 향후 다른 일본 브랜드도 철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닛산, 한국 철수 검토…수입차 시장 판도 바뀌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닛산이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및 마케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을 이어가자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지난달 한국에서 115대의 차량을 팔았다. 한·일 경제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 6월 판매량(459대)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8월(637대) 대비 81.9% 급감했다.

혼다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 6월 801대에서 지난달 138대로 급감했다. 도요타와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6월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차 시장 점유율(수입차 기준)은 6월 20.4%에서 지난달 7.7%로 떨어졌다. 지난달 판매량(1398대)은 201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400대 아래로 내려갔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 부진은 장기화될 것”이라며 “수입차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일본 차 시장 점유율은 21.5%(판매량 2만3482대)에 달했다. 일부 일본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되면 연간 5만 대 규모의 수입차 수요가 다른 브랜드에 돌아간다는 의미다.

독일 브랜드와 미국 브랜드가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6년 이후 한국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지난해 연쇄 화재 사건 이후 약 1년 동안 부진했던 BMW, 배출가스 인증서류 조작 논란으로 한동안 차를 제대로 못 팔았던 폭스바겐 및 아우디는 모두 올해 말과 내년을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포드와 지프, 캐딜락 등 미국 브랜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대형차 인기에 힘입어 판매량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이브리드차량에 강세를 보인 일본 차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춘 브랜드는 현대·기아차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