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환 월드트렌드 대표가 안경사업에 뛰어든 건 1996년이다. 에필로그라는 안경 브랜드를 만들어 5만~6만원대 중저가 제품을 생산해 판매했다.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도 없었다. 좋은 안경을 생산해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 먹혀들 것으로 판단했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당시 안경시장의 저가 경쟁은 치열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안경테가 시장을 잠식하고, 국산 안경테는 도산 직전으로 내몰리던 상황이었다. 중국 안경 제조 기업들은 처음엔 품질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점차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저가 공세에 치여 영세해진 국내 안경 제조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한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제조 설비를 교체해가며 기술 및 디자인 경쟁력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배 대표는 “가격으로는 더 이상 중국 기업과 견줘 이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인과 마케팅 인력을 강화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랭크커스텀', 5g짜리 티타늄 안경테에 브랜드 가치를 입히다
고급 소재, 고가전략의 브랜드 마케팅

배 대표는 2007년 새로운 안경 브랜드 프랭크커스텀을 선보였다. 이번엔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전략부터 세웠다. 브랜드 이미지를 군더더기 없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오랜 기간 안경을 제조한 경험을 살려 ‘경험의 가치’라는 브랜드 슬로건도 전면에 내세웠다.

프랭크커스텀의 자체 디자인 인력은 10명에 달한다. 생산 직원까지 합쳐 전 직원이 9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배 대표는 “브랜드 확장과 고급화 전략이 중국 기업에 맞설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며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기보다는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제품을 내놓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도 고급화했다. 20만원대 중반~30만원대 중반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대신 고가 소재인 티타늄을 사용했다.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착용감을 주기 위해서다. 배 대표는 “렌즈를 끼우지 않은 안경테 기준으로 A4용지 한 장 무게인 5g 수준으로 제작했다”며 “오랜 기간 안경을 제작한 노하우로 오래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은 안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도매 중심 유통구조 파괴

프랭크커스텀은 안경테의 유통방식을 바꿨다. 기존 국내 안경브랜드들은 도매가로 돈을 받고 안경원에 안경을 한꺼번에 팔았다. 판매 과정에서 관리가 필요 없고 재고 부담도 없어 안경제조사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도매가는 안경제조사가 정하지만 판매가는 안경원 자율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안경원마다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랭크커스텀은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해선 가격 단일화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판매사마다 가격이 다르면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숍인숍 형태의 독립 브랜드 부스를 도입했다. 안경원 일부 공간을 임차해 프랭크커스텀 제품만 파는 부스를 설치한 것이다.

판매는 프랭크커스텀이 관리하면서 안경원마다 판매가를 동일하게 책정했다. 안경을 한꺼번에 판매하지 않고 팔릴 때마다 안경원에 수수료를 지급했다. 배 대표는 “매장 입점과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들더라도 신뢰받을 수 있는 가격 전략을 세워야 브랜드 가치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유통 안경원도 크게 줄였다. 기존엔 1800여 개 안경원과 거래했지만 200여 곳으로 정리했다. 배 대표는 “많은 안경원에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면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판매처를 과감하게 정리했다”며 “유통점을 줄였기 때문에 매출도 감소했지만 점차 회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내년 하반기 프랭크커스텀 전용 매장을 열 것”이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