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8K TV’에 포문을 열었다. “삼성이 내놓은 8K QLED TV의 화질 선명도가 지나치게 낮아서 8K TV라고 하기에 성능이 떨어진다”고 공격했다. 화질 선명도는 흰색과 검은색이 얼마나 잘 구별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100%에 가까울수록 선명하다는 의미다.

LG전자는 5일(현지시간) 자체 전시관에 ‘Pure Color In 8K’라는 전시구역을 꾸며 LG의 ‘나노셀 8K TV’와 공식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8K TV’의 화질 선명도를 비교 전시했다. LG전자는 나노셀 8K TV엔 화질 선명도 ‘90%’라는 표시와 함께 ‘Real 8K Sharp Picture’라는 문구를 표시했다. 다른 TV엔 12%라는 빨간 글씨에 ‘희미한 화질(Blurred Picture)’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비교 제품은 삼성전자가 출시한 QLED 8K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는 외부 평가기관에 맡겨 조사한 ‘객관적인 평가 결과’라고 강조했다. LG전자 고위관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해상도(화면을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정도) 8K’라는 수식어를 TV에 붙이려면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8K의 화질 선명도 기준치는 ‘50% 이상’”이라며 “12%짜리 제품을 8K TV라고 광고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질 선명도는 ICDM의 권장사항일 뿐이며 ‘공식 기준’은 아니다”며 “LG전자의 주장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8K TV의 화질 성능을 두고 IFA 2019 기간 내내 신경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7일 LG전자는 ‘테크브리핑’을 통해 8K TV의 기술력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기술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세계 최초 88인치 8K OLED(올레드) TV를 선보였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55인치 8K QLED TV를 출시해 QLED 제품군을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늘렸다.

중국 일본 TV 제조사들도 앞다퉈 8K TV를 대거 전시할 예정이다. 2017년 말 가장 먼저 8K TV를 출시했지만 삼성전자에 밀린 샤프는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샤프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 결합형 8K TV를 공개한다. 120인치로 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다.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도 8K TV 출시 대열에 합류한다.

베를린=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