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경제지표에 ‘마이너스(-)’ 부호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 그것도 금리, 경제성장률, 물가 등 3대 핵심 지표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트리플 마이너스’다. 주요국이 통화완화 등을 통한 경기 부양에 실패하거나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 ‘R(recession·경기 침체)’과 ‘D(deflation·지속적 물가 하락)’보다 더 큰 충격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 '트리플 마이너스' 늪 속으로
최근 ‘M(마이너스)’의 공포를 키운 것은 독일이다. 유럽 제1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올 2분기에 -0.1%(전 분기 대비)로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튄 것이다. 독일은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이너스 대열에 영국(-0.2%)도 합류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경제를 내리막길로 밀었다. 아시아에선 무역비중이 크고 시위에 시달리고 있는 홍콩이 2분기 -0.4%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물경제가 악화하자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는 지난 6월 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엔 연 -0.372%까지 하락했다. 스위스의 10년물 국채는 연 -0.971%로 연 -1%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미국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마이너스 시대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와 소폭 플러스를 오가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0.04%)를 기록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정연일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