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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 회장, 한국 30대 부호에…대기업 총수와 어깨 나란히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사진)이 ‘우리나라 30대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PEF 운용사 대표가 30대 부자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보다 순위가 높았다.

포브스글로벌과 포브스코리아가 공동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2019 한국 50대 부자’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총 1조7661억원의 재산을 보유해 우리나라 23번째 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고 부자는 19조8022억원을 보유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8조7224억원), 김정주 NXC 대표(7조4258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조1901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5조584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24위·1조7424억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25위·1조7071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26위·1조6835억원), 이명희 신세계 회장(31위·1조3416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36위·1조2709억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39위·1조1886억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44위·1조827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48위·1조238억원) 등 국내 대기업 오너와 정보통신(IT) 기업 창업자들이 모두 김 회장보다 순위가 아래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17위·2조608억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8위·2조19억원),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20위·1조883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1위·1조8838억원) 등이 김 회장과 비슷한 재산을 보유한 부호들이었다.

2016년 47위(7억3500만달러·약 8100억원)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한 김 회장이 30위권 내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2017년 38위(1조1135억원)로 전년 대비 9계단 순위가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43위(1조1133억원)로 순위가 다소 처졌다. 올해에는 2년간 제자리였던 재산이 6528억원 늘어나며 순위도 단숨에 20계단 뛰어올랐다.

김 회장의 재산이 1년 만에 절반(58.6%) 가량 불어난 것은 주식 등 보유자산 가치가 늘어난 것 외에도 지난해 1호펀드를 청산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2005년 약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만든 MBK파트너스의 1호펀드는 지난해 21억900만달러(약 2조5300억원) 규모로 청산했다. 13년 만에 1.6배의 돈을 벌어들여 7.5%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 PEF 운용사들이 대규모 성과보수를 받는 기준(8%)에는 다소 못미쳤지만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PEF의 성과로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호펀드를 청산해 이익금을 분배한 덕분에 김 회장의 재산이 불어났다는 분석이다.

2008년 13억달러(약 1조6000억원)와 2013년 24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로 만든 2호펀드와 3호펀드는 26.5%와 22.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2017년에는 4조원(39억달러)이 넘는 4호펀드도 시작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2호와 3호펀드가 현 수익률을 유지한 채 청산하면 펀드 원금의 2~3배의 수익을 거둔다. 원화로 6조~7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펀드가 출자자(LP)와 약속한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면 수익금의 20% 이상을 성과보수로 받을 수 있다. PEF 운용사는 이렇게 받은 성과보수를 파트너의 지분율대로 나눠갖는다. 투자은행(IB) 업계는 김병주 회장이 MBK의 성과보수 가운데 50~70%를 분배받는 것으로 파악한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펀드의 성과보수만으로도 1조원 가까운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자산을 주로 달러로 보유한 김 회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증시 호황과 달러당 1200원을 넘은 환율의 수혜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3년생인 김 회장은 미국 하버포드칼리지를 졸업하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골드만삭스 기업 인수합병(M&A) 투자은행가로 IB업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으로 이직하면서 PEF업계에 발을 디었다. 칼라일그룹 아시아 회장을 역임한 그는 2005년 독립해 MBK파트너스를 세웠다.

MBK파트너스는 13년 만에 서울 도쿄 홍콩 베이징 상하이 등 5개 대도시에 진출해 157억달러(약 18조8400억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아시아 최대 PEF 운용사로 성장했다. 현재 33개인 투자기업의 매출 합계가 403억달러(약 48조36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대기업 매출 10위인 현대중공업(45조966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2015년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국내 M&A 사상 최고금액인 7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ING생명과 코웨이를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웅진그룹에 매각했고 대성산업가스, 두산공작기계 등의 대형 투자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배우자와 함께 미술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9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평의원회(이사회) 멤버로 선출됐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현대미술 전문 전시관인 더 메트 브루어(The MET Breuer)의 주요 후원가이자 전시품 소장가다. 모교인 하버포트칼리지 이사회 멤버 직함도 갖고 있다.

PEF 업계 관계자는 “국내 PEF 운용사가 점점 대형화함에 따라 한상원 한앤컴퍼니 회장,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PE) 사장,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제2, 제3의 PEF 운용사 출신 국내 50대 부호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