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이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항공업 진출을 노리는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전날 실시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키로 했다”며 “아시아나항공을 정밀 실사해 인수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구성 ‘주목’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강성부 펀드)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다섯 곳이 도전장을 던졌다. 나머지 한 곳도 재무적투자자(FI)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2008년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독립한 토종 사모펀드다. 2012년 SK인천석유화학이 발행한 8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하고, 같은 해 애경그룹 산하 애경산업 지분 10%를 인수하는 등 여러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10대 그룹사 가운데 전날 예비입찰에 LOI를 낸 곳은 없었다. 하지만 스톤브릿지캐피탈을 비롯한 FI와 함께 추가로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SK와 GS 등은 한때 내부에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해온 만큼 이 중 일부가 FI와 컨소시엄 구성 형태로 입찰에 들어올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FI 단독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없기 때문에 스톤브릿지캐피탈로서도 SI와 컨소시엄 구성은 필수다.
기업들 직접 입찰 꺼린 배경은
아시아나항공 자체는 매력적인 매물이란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항공사다.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노선을 운항하며 전 세계 30위(국제 여객수송 부문)에 올라 있다. 항공 여객 수는 매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항공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던 대부분 대기업이 나서지 않은 이유는 경기 침체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항공시장 공급 과잉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한·일 경제전쟁 여파,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겹쳐 항공업계 전망도 불투명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8개 국적항공사는 지난 2분기(4~6월) 모두 적자를 냈다. 9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도 인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직접 선언하면 주가가 뛰어올라 인수 비용만 증가한다는 것도 이들이 예비입찰에 직접 나설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31.0%)와 함께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도 같이 사들여야 한다. 대기업들의 인수전 참여로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오를수록 신주 매입에 비용이 더 든다. 4000억원 상당의 구주를 제값 주고 산다고 가정하고, 신주 인수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인수 가격이 1조5000억~2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주관사는 다음주 중 쇼트리스트(적격 인수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부터 내달 말께로 예상되는 본입찰까지 가격 등 입찰 조건을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경영관리본부장(CFO·전무·사진)은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위험)가 작다고 판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정 본부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환율과 유가 등의 변수를 제외하고는 항공업이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 건설업보다 안정적이어서 항공업 진출을 검토하게 됐다”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재무적 투자자(FI)로 함께 인수전에 참여하는 미래에셋대우 실무진과 이번달 초 최종입찰가격 협상을 하는 등 회사 내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총괄하고 있다.기존 HDC현대산업개발 사업과의 연관성도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재 운영하는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올 상반기엔 강원 오크밸리의 운영사인 한솔개발을 인수하기도 했다.정 본부장은 9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에 관해선 “잘 알고 있다”며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가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재무제표상에 드러나는 것과는 별도로 실사에서 따져볼 점들이 많다”며 “우발부채는 없는지, 계열사 간 구조는 어떤지, (항공기) 리스계약이 제대로 돼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자금력 부문에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애경그룹, KCGI(강성부 펀드)에 비해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금 동원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답했다. 작년 말 기준 자산총액은 HDC현대산업개발 10조6000억원, 미래에셋대우 16조9000억원이다. 애경그룹은 5조2000억원이다.KCGI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약 16%)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많이 쓴 탓에 추가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CGI는 전략적 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이뤄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지난 3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당초 유력후보로 꼽혔던 주요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았다. SK(3위)와 한화(7위), GS(8위) 등 10대 그룹(자산 기준)이 한 곳도 인수의향서(LOI)를 내지 않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위 국적항공사라는 대형 매물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대기업들이 10~11월께로 예상되는 본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실적악화·항공산업 경쟁 심화”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와 GS 등은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해왔다. 매물 자체는 매력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항공사다.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노선을 운항하며 전 세계 30위(국제여객수송부문)에 올라있다. 항공 여객 수는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항공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항공유를 생산해 항공사에 공급하는 정유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대기업이 나서지 않은 이유는 경기 침체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의 양축인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업황 악화로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조원으로 전년 동기(9조9212억원)보다 79.6%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828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1조5632억원)의 반 토막 수준이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주)GS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5억원으로 전년보다 9.6% 감소했다.여기에 항공시장 공급 과잉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한·일 경제 전쟁 여파,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겹쳐 항공업계 전망이 불투명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8개(여객 기준) 국적항공사는 지난 2분기(4~6월) 모두 적자를 냈다. 9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인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본입찰 때 참여할까경제계에선 ‘예선전’ 격인 예비입찰 때부터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면 비용 부담 우려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 탓에 주요 대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예비입찰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지난 3일 9.4%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0.7% 내렸다. 가장 먼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혔던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 주가도 이날 4.1% 떨어졌다.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31.0%)를 인수하면서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도 같이 사들여야 한다. 대기업들의 인수전 참여로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오를수록 신주 매입에 비용이 더 든다. 4000억원 상당의 구주 인수 가격과 신주 인수 비용을 포함하면 총 인수가격이 1조5000억~2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하려는 기업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액면가(5000원)에 근접할수록 신주 매입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본입찰 때 전격적으로 뛰어들거나 유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금호산업 등 채권단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가격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은 매각 과정 중간에라도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며 대기업의 추가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올해부터 시작된 ‘마일리지 소멸제도’가 있다. 소비자단체가 항공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공정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항공사 마일리지 제도는 1984년 대한항공이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원래는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없었지만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약관을 개정해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 대한항공은 2008년 7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은 같은해 10월부터 적립한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부여했다. 이전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이 무한대다. 2008년 7~12월 쌓인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2008년 10~12월 쌓인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올해 초 소멸됐다.“마일리지를 사용할 수도 없는데 없애는 건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뒤따랐다. 지난 2월 항공사들을 상대로 ‘마일리지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항공사들이 전체 좌석의 5~10%만 마일리지로 살 수 있게 해놨고, 성수기에는 이마저도 더 줄여 실제 이용률은 1~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양대 항공사는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리라는 요구에 렌터카 이용, 호텔 예약 등에 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마일리지 교환 비율이 소비자에게 불리해 항공권 구매 외에 다른 곳에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계산한 결과를 보면, 제주도에서 중형 렌터카를 빌릴 때 현금으로 결제하면 2만6500원이지만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계산하면 현금 17만6000원에 해당하는 8000마일리지가 필요했다.항공사들이 마일리지 발행을 남발한 것도 사용처 부족의 원인으로 꼽힌다. 마일리지 제도는 비행기를 자주 타는 고객을 위한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신용카드사와 손잡고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카드를 발급하면서 마일리지 발행이 급격히 늘었다.항공사는 마일리지 발행 대가로 카드사에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른바 ‘마일리지 장사’를 해서 손쉽게 돈을 벌었다. 소비자로선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항공권은 한정돼 있는데 마일리지를 보유한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사용이 더 힘들어졌다. 공정위는 항공사들의 이 같은 행위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올해 초 양대 항공사 본사 사무실을 현장 조사했다.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