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디자인·주행감각에 왜건 특유의 공간활용도 더해

한국이 왜건의 불모지란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첫 독자모델 현대차 포니를 비롯해 이후에 등장했던 기아차 프라이드 왜건, 현대차 아반떼 투어링, 대우 누비라 스패건, 기아차 파크타운을 비롯한 수많은 왜건이 있었지만 모두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입차 시장도 그랬다. 그나마 왜건에 SUV 성격을 겸한 볼보차 크로스컨트리가 자리한 정도다. 이 와중에 푸조가 508 SW로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동안 308, 508 등의 왜건 버전을 꾸준히 내놓았던 푸조의 최신작이다. 잘생긴 세단으로 평가받는 신형 508의 힘을 빌렸다.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스타일&상품성
최근 푸조의 디자인을 두고 물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절제된 선, 사자의 송곳니를 연상케 하는 LED 주간주행등, 후드 끝에 레터링으로 표현한 차명 등의 요소가 지금의 푸조 디자인 정체성을 설명한다. 508 역시 이들을 모두 담았다. 첫 인상은 플래그십 제품의 근엄함보다는 슈팅 브레이크의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낮고 넓은 자세가 만들어낸 모습 때문이다.

전면부는 날카로운 선들을 많이 써서 매서운 분위기다.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와 범퍼를 가르고 흡기구를 좌우에서 막아줌으로써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측면은 휠베이스와 측창을 길게 늘여 속도감과 왜건 특유의 공간감을 강조했다. 'ㄷ'자로 그은 캐릭터라인은 도어와 펜더의 양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테일램프까지 이어진다. 도어는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방식을 채택했다. 후면부는 푸조 특유의 가로형 테일램프를 바탕으로 꾸몄다. 세단과 다른 점이라면 와이퍼와 스포일러가 달린 해치 도어다.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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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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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플래그십의 고루함 대신 젊고 현대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대시보드를 포함한 전반적인 구성은 우레탄, 나파 가죽, 고광택 패널, 플라스틱 등을 마치 지층같이 겹겹이 쌓은 느낌이다. 브랜드 특유의 i-콕핏 인테리어는 508에도 어김없이 적용했다. 12.3인치 계기판 위치를 스티어링 휠 위로 올리고 스티어링휠 직경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계기판 위치가 상승함에 따라 헤드업 디스플레이 없이도 전방 시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센터콘솔 아래엔 스마트폰 무선충전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8인치 터치스크린은 여느 푸조·시트로엥 제품에서 볼 수 있는 패널 형태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실내의 여러 기능을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스크린 앞으론 피아노 건반을 닮은 스위치를 얹어 조작감에 대한 차별화를 이뤘다. 검게 칠한 천장은 여닫이가 가능한 파노라마 선루프를 설치했다.

육각형 패턴을 적용한 앞좌석은 마사지 기능을 담았다. 등받이 내부에 8개의 포켓을 넣어 압박하는 방식이다. 조작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한다. 뒷좌석 공간은 헤드룸에 여유가 생겼다. 지붕이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왜건 특성 상 세단보다 높아서다. 적재공간은 530ℓ다. 6: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780ℓ까지 늘어난다.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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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성능
엔진은 508 세단과 같은 2.0ℓ 디젤을 탑재했다. 최고 177마력, 최대 40.8㎏·m를 발휘한다. 2.0ℓ 가솔린 터보 수준의 토크는 화끈하진 않으나 가속에 대한 불만은 적다. 트림명인 'GT라인'에 걸맞은 성능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을 맞물렸다. 성능 보다는 효율 중심으로 설정한 느낌이 짙다. 대세가 된 듀얼클러치만큼 빠릿한 맛은 없지만 엔진과 잘 어울린다.

가속 재미를 높이는 품목도 준비했다. 바로 사운드 제너레이터다. 주행모드 중 스포츠를 선택하면 변속 타이밍을 늦추면서 가상의 엔진음을 스피커로 전한다. 음색이 제법 자연스러워 디젤차 같지 않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외에도 노멀, 컴포트, 에코를 제공한다. 각 모드별 차이는 다른 차보다 큰 편이다.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몸놀림은 낮게 깔린 차체 덕에 민첩하다. 게다가 섀시는 앞바퀴굴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순간순간 잘 드러나도록 조율했다. 오랫동안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노하우가 가감없이 드러난다.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작은 스티어링이 주는 손맛도 일품이다. 단순히 이 차를 짐칸만 키운 왜건으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승차감은 브랜드에서 보기 힘들었던 멀티 링크 서스펜션으로 확보했다. 딱딱하면서도 노면 충격에 대한 부담이 적도록 조율했다. 운전자보조시스템은 어댑티드크루즈컨트롤, 차로중앙유지, 차선이탈방지, 능동형 브레이크, 오토 하이빔 등의 일반적인 수준을 지원한다.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시승]왜건으로 풀어낸 플래그십, 푸조 508 SW

▲총평
508 SW는 흥미진진한 차다. 탄탄한 기본기, 세련된 디자인, 높은 공간활용도의 매력은 자동차가 가져야할 상품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은 낯선 프랑스의 차, 그리고 왜건이란 점이 508 SW가 가진 양날의 검이다. 푸조, 시트로엥, 르노 등의 프랑스 차는 통상적으로 핸들링, 실용성이 높은 차로 꼽힌다. 그 중 왜건은 실용성을 극대화한 차종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외면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항상 차종의 다양화를 갈망해온 만큼 508 SW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가격은 5,131만원(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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