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장중한 때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인  달러당 104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30일 기준 엔화는 106.40엔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로 엔화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연합뉴스
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장중한 때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인 달러당 104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30일 기준 엔화는 106.40엔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로 엔화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무역갈등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엔화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는 금,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그간 국내 투자자들에겐 외면 받아왔다. 달러라는 강력한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해진 결과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 선물 지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669.95로 올 초 대비 10% 넘게 상승했다. 엔 선물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역대 최대 수준(30일 기준 4000계약과 500억원)을 기록 중인데, 지난해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2500계약, 250억원인 걸 감안할 때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엔 선물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상장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레버리지'의 경우 올 들어서만 19.8%(30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다.

엔화 강세도 계속되고 있다. 30일 기준 달러당 엔화는 106.40엔으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엔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2012년부터 이어져온 아베노믹스(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엔화는 오랜시간 약세를 보였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3선에 성공하면서 아베노믹스의 한축인 통화완화정책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일본의 해외 투자 자산의 위험성이 높아졌고, 상당량의 해외 투자 자금이 되돌아오면서 엔화는 강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투자 심리나 대외 여건 위축되면서 엔화 강세를 부추긴 셈이다.

양적완화로 돌아선 글로벌 통화정책도 엔화 강세에 영향을 줬다. 일본은 그동안 인위적인 엔화 약세에 따른 통화간 금리 차이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금리를 낮추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엔화는 더이상 약세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일본과 무역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인위적인 엔화 약세 정책을 용인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엔화 강세를 막을 요인도 사라졌다. 엔화 강세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다만 올 초 엔화 강세가 단기적으로 가팔랐기 때문에 강세의 강도가 완만할 여지는 있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올 초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요 통화 중 하나인 엔화의 투자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며 "엔화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