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증세는 정부가 마음을 먹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513조5000억원으로 잡는 등 계속해서 ‘나랏돈 씀씀이’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내년 국세 수입은 2013년 이후 7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국채 발행을 늘리지 말고 증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구윤철 기재부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구윤철 기재부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에는 재정 문제 없어”

홍 부총리는 이날 KBS TV에 출연해 ‘지속적인 확장재정 기조가 증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2019∼2023년 중기 재정계획을 짜면서 증세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0년 예산안에서 내년도 총지출(513조5000억원)을 총수입(482조원)보다 많이 잡았다. 들어올 돈보다 쓸 돈이 많은 적자재정을 편성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홍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 규모를 크게 늘린 이유에 대해 “정부는 재정이 통상적 역할만 할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경제여건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며 “경기 하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성장을 하고, 이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국세 수입은 292조원으로 올해 294조8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세수감소에도 지출을 늘리기로 했기 때문에 부족한 돈은 적자국채로 메울 계획이다. 내년에 발행하는 적자국채 규모는 60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어려운 세입 여건상 적자국채가 늘어나지만 작년과 재작년 초과 세수가 45조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28조원 정도 국채 발행 부담을 줄였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내년에는 재정 문제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 2.4∼2.5%에 대해선 “달성이 쉽지 않지만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달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증세는 국민적 합의 있어야…美, 韓 환율조작국 지정 않을 것"
“환율조작국 지정 안 될 것”

홍 부총리는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제를 맡는 입장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봤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상의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점검해 봤지만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고 했다. 또 “조만간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나온다”며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가 긴밀히 협의 중인데 지소미아 종료 영향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여기에 어느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등이 담긴다. 지난 4월 보고서(실제 발표는 5월)에서 한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아직 부품이나 소재를 조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어 피해를 본 국내 기업은 없다”며 “조속히 외교적 대화로 매듭지어 경제적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여건을 볼 때 일본이 지금보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 조처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언제 매듭지어질지 확신할 수 없어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기업과 소통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