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유가상승에 농산물값 급등한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
한은 "공급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디플레 우려 상황 아냐"
8∼10월에 물가상승률 마이너스 가능성…디플레 경계론 제기
저물가 기조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8∼10월 중에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을 두고 디플레이션 현상이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경제가 이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비)은 지난해 8월 1.4%, 9월 2.1%, 10월 2.0%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를 보이는 등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이 매달 0%대에 머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단기간의 변동을 잘 드러내는 전월 대비 통계치를 보면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해 8월과 9월의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각각 0.9%, 0.8%이다.

언뜻 보면 그다지 높지 않지만 물가가 전월 대비로 2달 연속 0.8% 이상 오른 것은 1998년 1월(2.4%), 2월(1.7%)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8∼10월에 물가상승률 마이너스 가능성…디플레 경계론 제기
작년 이맘때 단기간 물가가 급등한 것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쳤던 탓이다.

작년 8월 신선식품지수는 한 달 전보다 18.2% 올랐고, 9월에도 9.3%나 상승했다.

작년 7월 말 배럴당 72.6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그해 9월 말 배럴당 80달러로 뛰었다.

올해 8월 30일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9.1달러로 작년 비슷한 시기보다 크게 낮다.

작년 8∼9월에 이어 10월까지 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남에 따라 올해 8∼10월 중 적어도 한두 달은 전년 동월 대비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이 대두된다.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데다 국제유가도 내려가 소비자물가가 작년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이맘때쯤 농·축·수산물 가격이 폭염으로 급등했고, 최근 석유류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가 한두 달 또는 두세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요인에 주로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기저효과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이런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인 흐름의 물가는 여전히 1%대를 나타내는 점을 고려하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8∼10월에 물가상승률 마이너스 가능성…디플레 경계론 제기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마이너스를 보인 사례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없었기 때문에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향후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농산물 작황이 작년보다 훨씬 좋고, 국제유가도 작년 대비로는 마이너스인데 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면서도 "디플레이션이 되려면 공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과 수요 측면에서 민간소비의 마이너스 성장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 민간소비가 마이너스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오 연구원은 다만 현재 물가 상황이 '준(準) 디플레이션'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산물 가격 하락과 유가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가 내린 것을 두고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그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