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마트 제공
사진=이마트 제공
쿠팡 등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는 작년부터 신선식품 판매를 급격히 늘렸다. 기저귀, 물티슈, 생수 등 생필품 시장을 장악한 뒤였다. 신선식품은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영역이었다. 전문가들은 “신선식품은 e커머스가 하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보루는 쉽게 무너졌다. 새벽배송을 앞세운 쿠팡, 마켓컬리의 공세에 마트는 밀렸다. 지난 2분기 국내 대형마트는 모조리 적자를 내며 ‘치명상’을 입었다. 전열을 가다듬은 대형마트는 반격을 시작했다. 국내 1위 이마트가 치고 나왔다. 공격 대상은 자신의 영토를 빼앗아간 e커머스가 강점을 지닌 생필품이다.

이마트의 대대적인 반격

이마트는 29일부터 700원짜리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물티슈’를 판매한다. 국내 대형마트가 내놓은 물티슈 중 가장 저렴하다. 쿠팡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코멧 순수한 오리지널 아기 물티슈 캡형’과 비교해도 30%가량 싸다.

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이마트는 연간 500만 개 구매를 제조사에 약속했다. 이마트가 가장 잘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활용했다. 칫솔, 치약도 비슷한 전략으로 가격을 70%가량 낮췄다. ‘2080 퓨어솔트 치약’(3개들이), ‘크리오 칫솔’(6개들이)이 각각 2000원이다. 여기에 ‘반값’ 수준인 인덕션 프라이팬과 고급 소재인 캄포나무로 만든 도마 등도 내놨다.

이마트는 가전 시장을 빼앗아간 TV 홈쇼핑을 겨냥한 제품도 내놨다. 초저가 생활가전을 앞세웠다. ‘일렉트로맨 의류 건조기’(3㎏)는 24만9000원, 49인치 LED TV는 37만9000원에 내놨다. 저가 가전제품은 TV 홈쇼핑이 많이 팔고 있다. 삼성 LG 대리점과 백화점이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틈새시장’이기도 하다. 이마트가 전선을 넓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는 이달 초부터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란 이름으로 초저가 상품을 공개하고 있다. 첫 상품은 한 병에 4900원짜리 칠레 와인. 온라인과 TV 홈쇼핑이 못 파는 주류를 공략했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약 26만 병을 팔았다. 최근 승전보가 거의 없던 이마트의 작은 승리였다. 이마트는 e커머스, TV 홈쇼핑 등에 주도권을 내준 영역에서 ‘비장의 무기’를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뺏고 뺏기는 新유통전쟁
e커머스, 오프라인 영역 확장

e커머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계속 넘보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 중인 국내 1위 e커머스 이베이코리아는 백화점과 면세점의 영토인 ‘명품’으로 확장 중이다. 최근 해외 직구 상품을 대상으로 ‘명품 감정 서비스’를 시작했다. ‘짝퉁’을 걱정해 온라인에서 명품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가 타깃이다. 감정 전문기관 한국동산감정원을 통해 공신력을 높였다. 감정 서비스는 무료다. 정품인 것이 확인되면 보증서가 발급된다. 짝퉁으로 판명 나면 구매액의 200%를 환불해준다. 효과가 있었다. 이베이코리아가 의도한 대로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명품 구매가 늘었다.

위메프는 ‘1000원숍’ 다이소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지난달 초 100원, 500원, 1000원, 2000원짜리 저가 상품만 판매하는 ‘100원 특가샵’을 열었다. 밥 용기, 약통, 시리얼 등 다이소의 주력 제품을 판매한다. 그동안 e커머스는 다이소와 경쟁하지 않았다. 배송 때문이었다. 100원, 500원짜리 상품을 배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위메프는 이를 직매입과 통합배송으로 풀어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만 해주지 않고 직접 물건을 대량으로 사왔다. 상품을 창고에 쌓아놓고 소비자가 여러 물건을 사면 함께 배송해준다. 위메프는 100원 특가샵 상품을 합쳐 9700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을 해준다.

쿠팡이 이달부터 새롭게 시도한 것은 ‘예약판매’다. 스마트폰 등 새 정보기술(IT) 기기가 나올 때마다 줄 서서 구매하는 ‘IT 마니아’를 흡수하려는 시도다. 기존 오프라인 스마트폰 대리점 등이 독보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영역이다. 쿠팡의 무기는 새벽배송이다. 예약구매를 하면 출시 당일 아침 7시 이전에 배송한다. “줄 서서 사는 것보다 더 빨리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쿠팡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 샤오미의 미밴드4 등을 예약받아 판매했다. 준비한 물량은 모두 팔렸다. 올가을께 애플 신제품이 나오면 그때도 구매 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쿠팡은 애플코리아의 공식 리셀러로, 스마트폰을 제외한 애플 제품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