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체감 경기가 2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경기 침체 와중에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더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생활형편, 가계수입 관련 전망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초 이후 가장 나빴다.

가계수입도 생활형편도 '악화'…비관론 10년만에 가장 커졌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5로 7월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탄핵 정국이 불거진 2017년 1월(92.4)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지수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 지표는 2017년 하반기부터 줄곧 내리막을 타다가 지난해 말부터 회복 기대가 커지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 4월에는 101.6으로 8개월 만에 100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출·투자 위축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대외 여건도 계속 악화하자 다시 약세로 돌아서 4개월째 하락 중이다. 한은은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수출 부진에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달에는 이례적으로 CCSI를 구성하는 6개 주요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며 악화된 체감경기를 반영했다. 특히 생활형편전망 CSI는 89, 가계수입전망 CSI는 94로 각각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4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또 현재경기판단 CSI는 63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았고, 향후경기전망 CSI는 66으로 2016년 12월 이후 최저였다.

세부 지표도 대거 마이너스 또는 보합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유일하게 주택가격전망 CSI만 상승했다. 전달보다 1포인트 오른 107로,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0월(114) 후 가장 높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