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8일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규제를 강행한다. 지난 7월 4일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규제 2탄이 시행된다. 일본 정부는 “수출관리를 적절히 하기 위한 조치며 금수조치는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일본 중소기업으로부터 주요 소재·부품 등을 수입할 때 수출 절차가 복잡해지고 통관이 지연되는 등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日, 수출규제 품목 1120개로 확대…아베정부, 언제든 수출 제동 가능
(1) 日 대기업서 수입 땐 큰 변화 없을 수도

일본이 예정대로 28일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일반 포괄허가제’를 더 이상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수출업체가 1120개 품목의 전략물자에 대해 한 번 수출허가를 받으면 3년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은 28일부터 ‘특별 일반포괄허가제’ 대상 국가가 된다.

이 제도에선 일본 수출업체가 ‘자율준수무역거래(CP: compliance program) 등록기업’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일본 업체가 CP기업이면 일반포괄허가와 비슷한 수준의 수출우대 혜택을 받는다. 소니, 히타치제작소, 교세라 등 일본 대기업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기업의 일본법인 등 1300여 개 업체가 CP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한국 기업이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수입하는 경우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일단 기대하는 이유다.

(2) 日 중기로부터 수입은 차질 빚을 수도

하지만 거래 상대방이 CP기업이 아닌, 일본 중소기업에서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을 수입할 때는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입 과정이 대폭 까다로워진다는 얘기다. 일본 수출업자는 수출 건마다 일본 정부로부터 심사받아야 하며, 심사 기간도 9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엔 수출 허가가 나지 않거나, 다시 수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제출서류도 허가신청서 등 2종에서 3종 이상으로 늘어나며, 품목에 따라선 최대 9종까지 필요하게 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수출업체가 정해진 허가 기준을 충족하는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가 판단한다”며 “상황에 따라 수출심사가 수개월 넘게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3) 일반 품목으로 수입 차질 확대 우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빠지면서 전략물자가 아니더라도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 ‘캐치올 규제’가 적용된다. 이는 일본 정부가 수출품이 군사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출업체에 수출허가를 받으라고 통지하면 개별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규제다.

개별허가를 받지 않고 한국에 수출하면 수출업체가 ‘수출한 물자가 군사용으로 전용되는지, 제3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는지’ 판단해 수출 여부를 결정하고, 추후 책임도 져야 한다. 수출업체가 수출 품목이 대량살상무기 등에 이용될 수 있는 걸 알았을 때는 개별허가를 받도록 의무화돼 있기도 하다. 사실상 수출업체로선 개별허가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해 대한(對韓) 수출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4) 일본 정부 언제든 개별허가 지정 가능

일본 CP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대기업이라 해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일본 정부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주요 품목의 한국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식은 품목별 개별허가제 전환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도 개별허가 대상 품목은 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 일본 정부 뜻대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품목은 이미 규제를 받고 있는 반도체 소재 3종과 같은 규제를 받는다. 지난달 개별허가 품목으로 전환된 반도체 3개 소재 중에선 포토레지스트 한 품목에 대해서만 두 건의 수출허가가 났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신청 60일이 지나도록 수출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 내에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이은 규제 강화 3편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