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은행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뱅크가 가입자 1000만 명을 훌쩍 넘긴 데 이어 신한은행도 ‘1000만 대열’에 올랐다.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비대면 창구’의 몸집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은행앱 속속 '1000만 클럽'…모바일 경쟁 본격화
존재감 커진 온라인·모바일 거래

신한은행은 26일 모바일 앱 ‘쏠(SOL)’의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작년 2월 출시 후 1년6개월여 만이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거래도 활발하다. 신한은행 고객 10명 중 6명은 새로 예금이나 펀드를 가입할 때 쏠을 거친다. 지난달 기준으로 신규 예금과 펀드 등 전체 수신의 61.2%(거래 건수 기준)가 쏠에서 이뤄졌다. 신규 대출의 53.4%도 쏠을 통해 진행됐다.

국내 은행 중 모바일 앱 가입자 1000만 명을 보유한 곳은 국민은행, 카카오뱅크, 신한은행 등 3곳이다. 1000만 명 돌파에 소요되는 시간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국민은행 ‘스타뱅킹’은 2010년 4월 출시 후 1000만 명을 모으기까지 5년이 걸렸다. 카카오뱅크가 2017년 7월 출범 후 지난달 1000만 명을 기록하는 데 걸린 기간은 2년이다. 신한은행은 1년6개월 만에 이 대열에 합류했다.

빨라진 확산 속도는 온라인·모바일 거래가 대중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는 흐름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은행 직원의 부탁을 받고 앱을 깔아주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고객 스스로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앱 갈고닦는 은행들

은행권에선 요즘 비대면 고객을 위한 앱 개편 경쟁이 한창이다. 은행 직원을 동원한 ‘다단계 확장’은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편리하고 좋은 앱이 아니면 고객들은 가입하지 않는다”며 “앱 이용 편의성을 보고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경우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신한은행이 최근 1000만 명 가입자를 돌파한 배경도 고객 편의에 초점을 맞춘 앱 개편 및 관리 역량이란 분석이 많다. 카카오뱅크는 공인인증서 없이 거래 가능한 ‘간편이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며 입지를 넓혔다. 신한은행도 앱 고도화에 적극적이다. 지난 5월엔 로그인 없이 계좌 비밀번호 네 자리만으로 이체할 수 있는 ‘즉시이체’ 서비스를 쏠에 탑재했다.

다른 은행들의 추격전도 치열하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6월 로그인 없이 3분 만에 한도 조회 및 신청이 가능한 모바일 신용대출을 내놨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SC제일은행도 최근 앱을 대폭 개편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을 통한 거래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 기반인 모바일 앱을 갈고닦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용 편의성은 기본이고 상품 발굴, 행사 기획 등을 수시로 고민하고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고객의 실제 활동률을 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객 1000만 명을 확보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통상 은행 모바일 앱의 실제 활동률은 40~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앱을 이용하는 비율을 높여야 진정한 ‘비대면 창구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쏠에 배달 결제, 쇼핑 등 생활금융 영역을 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거래를 넘어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습관적으로 들어가보는 ‘기본 앱’ 같은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