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자유무역이 경제 불평등과 일자리 감소를 심화시킨 원인이 아니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오히려 각국의 보호주의 규제 등 반(反)세계화가 경제 불평등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캐서린 맨 씨티은행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세계화와 국제 무역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이 같은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불평등을 촉발시키고 일자리를 줄였다”며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세계화와 지역 간 무역 통합은 2006~2007년께 가장 활발했고 2008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감소하는 반면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증가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 무역은 물론이고 금융 부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도 2011년 이후 붕괴되고 있다. 선진국이 자국 공급망 안정과 경제 발전 등을 위해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거나 ‘가난한 나라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제조처를 속속 옮기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화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세계화가 아니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도 불평등은 심화되는 추세”라며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세계화가 아니라 다른 것에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반세계화 현상이 세계 경제의 불평등을 오히려 더 심화시킨다고 했다. 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는 무역과 생산량을 늘려 각국을 부유하게 만든다”며 “불평등 문제는 각국 정부가 세계화로 인한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