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해외에 데이터연구소 짓는다"
하나금융그룹이 해외 데이터연구소 건립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전문 인력을 끌어모아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김정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장(부사장·사진)은 25일 기자와 만나 “AI와 빅데이터는 금융권의 부수적인 사업이 아니라 사활을 걸어야 할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하나금융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맡고 있다. 그는 “2~3년 뒤에도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금융사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나금융은 2021년께 해외에 데이터연구소를 지어 경쟁력을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테이터 분야에서 ‘칼’을 갈고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며 김 원장을 2017년 영입했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뿌리인 ‘DT(디지털전환)랩’도 이때 신설됐다. 김 원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필립스반도체 출신으로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소프트웨어연구소장, SK그룹 전략기술기획역량개발 전문위원 등을 지낸 이 분야 전문가다.

기술원은 AI와 빅데이터뿐 아니라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신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 및 금융분야 사업 발굴을 추진 중이다. 석·박사급 기술 인력 4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 원장은 “박사급이 15명에 달하는 등 여느 금융사보다 투자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기술원은 올해 말 대출자의 소득변화까지 예측하는 신용평가모형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 원장은 “내년에는 신기술을 활용해 여신·수신 서비스 전반을 고도화시킬 방침”이라며 “내년 말엔 디지털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를 얼마나 촘촘히 분석해서 활용하고, 사업에 녹이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거라는 판단이다.

김 원장은 ‘데이터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며 인재 개발 및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6월 기술원 주도로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DxP) 과정’을 신설한 것도 그 일환이다. DxP 과정은 서울대 공대의 정보기술(IT) 기술 공학자가 은행원과 1 대 1로 4개월간 집중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금융사 직원들에게 디지털 역량을 수혈해 융합해보려는 시도다.

김 원장은 “삼성전자가 일본 샌디스크를 누르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 1위를 한 것은 인재 교육 덕분”이라며 “인문계 전공자에 대한 소프트웨어 교육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투자가 4~5년간 꾸준히 이어지면 그룹 전체가 데이터 중심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과 기술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 고급 기술인력도 자연스럽게 금융사에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