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큰 손' 된 Z세대

1020 매출 증가율 4050의 두 배
피부·다이어트 다 잡는 '이너뷰티'
직장인 임유진 씨(27)는 사원 직급이지만, 회사에서 “몸 챙기는 건 부장급”이라는 말을 듣는다. 책상 서랍을 가득 채운 ‘건강기능식품’ 때문이다. 종합비타민은 물론 홍삼 스틱, 콜라겐에 이어 노니가루까지. 최근엔 다리 부기를 빼는 데 좋다는 ‘고투콜라’ 성분 영양제도 샀다. 임씨는 “건강을 미리 챙기고 싶은 마음도 있고,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엄마의 콜라겐, 아빠의 홍삼’은 옛말이다.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10~20대가 늘고 있다. 비타민 등 ‘기본템’뿐만 아니라 3~4년 전만 하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성분으로 만든 해외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 채널이 다양해진 데 더해 젊은 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가세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엄마 콜라겐' '아빠 홍삼'에 빠진 1020

부모 세대 못지않은 건기식 열풍

10~20대 사이에서 부는 ‘건강기능식품 열풍’은 부모 세대 못지않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10~20대의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3.9% 늘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40~50대의 매출 증가율(34.8%)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의 건강기능식품 소비는 ‘이너뷰티(inner beauty)’ 제품에 집중돼 있다. 이너뷰티는 내면을 뜻하는 ‘이너’와 아름다움을 뜻하는 ‘뷰티’의 합성어다. 단순히 바르는 화장품을 통한 일시적 관리가 아니라 콜라겐 등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섭취해 속에서부터 아름다움을 가꾸려는 것을 뜻한다.

랄라블라에서는 전체 건강기능식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이너뷰티 상품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 6.9%에서 올해 28.7%로 상승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콜라겐, 히알루론산, 유산균 제품 등 이너뷰티 관련 제품이 베스트 5위 안에 들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롭스에서도 유산균, 콜라겐 등 이너뷰티 제품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리브영에서는 유산균 제품이 가장 많이 나갔다.

다이어트 중시…H&B로 몰리는 1020

이너뷰티를 중심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이어트’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0~20대가 관심을 갖는 건강기능식품은 ‘건강’보다는 ‘뷰티’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며 “외모에 신경 쓰는 나이대인 만큼 다이어트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H&B 스토어 확산도 젊은 층의 건강기능식품 소비 확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H&B라는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각종 헬스·이미용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1999년 1호점을 연 올리브영은 지난 20년 동안 1200여 곳의 매장을 열었다. 랄라블라, 롭스 등 다른 브랜드까지 합하면 국내 주요 H&B 스토어 매장 수는 약 1300개에 달한다.

해외 직구 붐도 건기식 수요 키워

유통 채널이 넓어진 것도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어난 배경이다. ‘아이허브’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통해 해외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금액은 27억5000만달러(약 3조682억원)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건강식품이 구매액 기준 1위(4억6119만달러) 품목에 올랐다. 해외직구업계는 “비타민류와 칼슘, 오메가, 콜라겐, 다이어트 식품은 해외 제품이 국내보다 더 낫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이 제품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광고하며 10~20대들을 새로운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40대 이상 소비자에 주력했던 전통적인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이제 젊은 층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홍삼’이 대표적이다. ‘정관장’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KGC인삼공사는 올해 초 정관장 대표제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 모델로 배우 정해인을 기용한 바 있다. 자연소재 건강브랜드 ‘굿베이스’ 모델로는 배우 김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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