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의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29일)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이 경영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에 흐르는 긴장감의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 고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과 위기 관리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삼성을 둘러싸고 있는 ‘복합 위기’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29일 이재용 부회장 대법원 선고

다시 커지는 불확실성…삼성 경영진 '초긴장'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 기일이 오는 29일로 결정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운신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집행유예 선고가 유지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법원이 고등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파기 환송하면 삼성과 이 부회장은 또다시 격랑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파기 환송된 사건은 고법에서 보통 2~3달 안에 판결이 나지만, 검찰이나 피고 쪽에서 ‘재상고’하면 대법원 판단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경제계에선 삼성이 길게는 1년 이상 법정 다툼을 하게 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후폭풍도 삼성에는 ‘대형 악재’로 꼽힌다.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하고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가 강화될 전망이어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의 확실한 대체 공급처를 찾지 못한 삼성은 신규 조달처 확보에 시간과 비용을 더 쏟아야 한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 예고

삼성을 휘감고 있는 ‘복합 위기’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기업 수사 전문 검사들을 서울중앙지검 핵심 부서에 배치하며 ‘대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을 예고했다.

경제계 안팎에선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승계 사건’으로 규정 짓고 아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부터 다시 뜯어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삼성 핵심 경영진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다니다 보면 대규모 투자 등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와중에 경쟁사들은 삼성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급사에 삼성디스플레이(독점공급) 외에 중국 BOE를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 애플이 대표적이다.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애플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부회장, 현장경영 행보 지속

삼성의 또 다른 걱정은 ‘미래사업 육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도체 비전 2030’ 등 초대형 투자 사업은 총수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칫 총수 부재로 경영공백이 생기면 미래 신사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지난 6월께부터 이어왔던 ‘현장 경영’과 ‘위기 관리’를 이어간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주에도 삼성 지방사업장의 현장 방문을 예정대로 할 계획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흔들리지 않고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선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