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증권사들 가운데 상반기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었다. 반면 KB증권은 가장 부진한 수익성을 기록했다. 두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두 배 이상 차이났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총 8곳으로 이들의 연결기준 상반기 순이익은 2조510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순이익을 토대로 ROE를 산출한 후 이를 연환산 ROE로 환산해보니 10.87%이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낸다.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예를 들어 ROE가 10%면 1000억원의 자본을 투자했을 때 100억원의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가장 수익성이 좋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40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연환산 ROE는 17.84%다. 강점인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이 실적을 이끌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B부문 실적이 전 분기 대비 68% 급증했고 채권평가이익 등 트레이딩 손익이 우수한 성과를 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가장 부진한 ROE를 기록한 곳은 KB증권으로 연환산 ROE는 8.11%에 그쳤다. 자기자본 4조 이상 초대형 IB를 비롯해 이제 갓 3조원을 넘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보다도 ROE가 부진했다.

KB증권 관계자는"“ROE 자체는 지난해 상반기 7.5%에서 상반기 8%대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을 비롯해 증권사 8곳의 ROE인 10.87% 미치지 못하는 곳은 하나금융투자(9.29%), 미래에셋대우(9.04%), 삼성증권(9.04%), 신한금융투자(8.29%) 등이었다. NH투자증권은 10.87%로 8곳 증권사 ROE에 겨우 턱걸이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보유한 자본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확대돼 ROE가 낮아졌다고 반론하는데, 커진 자기자본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과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냈다면 최근은 IB 부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현재 ROE만 가지고는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투자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브로커리지 수수료에서 IB로 옮겨온 지 불과 2년 밖에 되질 않았다"며 "자기자본 투자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ROE만 가지고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증권사들의 IB 관련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등 규제도 서서히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자기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돼 ROE는 앞으로 더욱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街 IB 경쟁…활짝 웃은 한국투자, 체면 구긴 KB증권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