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각 부처가 직접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유독 많은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가 나올 때마다 정부 정책에 맞춰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잦고, 예산 집행도 변칙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직접 일자리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정부, 선진국보다 단기 일자리 적다는데…관련 예산 비중은 OECD 평균의 세 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차관 임명 이후 첫 공개석상에서 직접 일자리 증가를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단기 일자리가 늘어났다지만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비중이 낮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6.5%인 데 반해 한국은 12.2%”라고 말한 것이다. 1년 이하 단기 일자리에 해당하는 직접 일자리를 정부가 나서서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사실 관계를 무시한 통계 인용이라고 비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 단기 일자리가 많은 것은 유연한 근로 체계로 노동시장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한국의 단기 일자리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직접 일자리와 비슷한 ‘한시적 일자리’ 통계는 오히려 한국이 높다. 콜롬비아 칠레 등에 이어 OECD 6위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20.6%, 2018년 21.2%로 늘어나고 있다. 직접 일자리만 따로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직접 일자리 예산의 비중이 0.2%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OECD 평균(0.07%)의 세 배에 가깝다.

집행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견된다. 21일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는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453억원을 국회 승인 없이 지출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영농폐기물 수거에 5500여 명을 6주간 고용하며 184억원을 썼고, 산림청은 야산 쓰레기를 줍는 데 66억원을 배정했다. 경찰청은 교통표지판 확인에 73억원, 법무부는 기록물 정리 등에 37억원을 지출했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관련 행사 비용으로만 지난해 49억원을 투입했다. 99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며 참석자들의 회의 참석 수당으로만 2억8538만원을 사용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각 부처가 독자 판단만으로 저 정도 예산을 집행하기는 어렵다”며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과제로 삼은 이번 정부의 압력이 일선 공무원들에게 가해진 결과일 것” 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성수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