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몰리면서 베트남에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또 베트남에서 중국 수준의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기업은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부품 등 협력사를 현지에서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산업장비 부품회사인 옴니덱스그룹은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일부 생산을 베트남으로 돌렸지만 생산에 필요한 80여 개 부품 중 현지에서 구한 것은 20여 개에 불과했다. 윙 수 옴니덱스 이사는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길 수는 있지만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캐논은 2012년 베트남 공장을 지었지만 지금도 175개 협력사 중 베트남 업체는 20개에 불과하다. WSJ는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공급망은 베트남에서는 찾을 수 없다”며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준비를 하려면 몇 년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꺼번에 수많은 기업이 몰리면서 베트남에선 인력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일본 무인양품은 가구 공장을 짓고 지난 1월 생산을 시작하려 했지만 노동력 부족으로 늦어지고 있다. WSJ는 베트남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중국보다 인건비도 싸지만 중국의 13억 인구에 비하면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도로와 항구의 정체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베트남의 대미(對美) 수출은 40% 가까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전체 수입품에서 베트남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지난 6월 기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중국산 비중은 올해 6월 19.9%로 2018년 2월(21.7%)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다.

기업들은 중국 대안으로 인도도 검토하고 있다. 노동력은 풍부하나 기술 숙련도가 낮으며 정부 규제가 많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컨설팅사 컨트롤리스트의 지앙 리 컨설턴트는 “기업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지만 답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