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국내 대출 플랫폼의 중개 채권에 투자할지가 관건입니다.”개인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개인 간(P2P) 대출 플랫폼 업체 렌딧의 김성준 대표(사진)는 9일 “P2P 금융업체의 덩치는 커졌지만 리스크 관리 등 내실은 후퇴했다”며 “연기금, 증권회사 등이 P2P 채권에 투자하면 플랫폼 간 옥석이 가려지고 개인투자자도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다.렌딧은 2015년 3월 설립됐다. 신용등급 4~6등급인 개인에게 연 10% 안팎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주선해주고, 투자자와 대출자로부터 각각 1~2%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개인 신용대출을 주로 다루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중신용자에게 비즈니스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며 “과거 15년의 금융 데이터를 보면 신용등급이 6등급보다 높은 개인 신용대출의 부실률은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돼왔다”고 설명했다.김 대표는 P2P 대출 중개를 하는 5개 회사가 속한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P2P 대출보다는 중개의 의미를 강조한 ‘마켓플레이스 대출’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P2P 대출 회사가 수신을 받을 땐 ‘개인(peer)’과 ‘사모(private)’ 자금의 경계가 없어지고, 대출해줄 땐 개인 대출과 기업, 부동산 대출의 구분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도 같은 의미다. 김 대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P2P 금융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별 대출채권이 부실화하면 중개 플랫폼의 부실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며 “법안에는 대출채권과 취급사의 건전성을 분할해 관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국내 개인 간(P2P) 금융 시장이 부동산 관련 대출에 쏠리면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청년 창업자 육성보다는 부동산을 통한 고수익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중금리 신용 대출 활성화’를 통한 대출절벽 해소라는 정부의 P2P산업 육성 방침과 달리 부동산 대출을 통한 연 10%대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 수단으로 퇴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P2P 금융이 ‘생산적 금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부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부동산 대출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P2P 시장의 대출잔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43%)과 부동산 담보(23%) 대출에 66%나 집중됐다. 개인 신용대출 비중은 11.6%에 그쳤다. 2015년부터 불어닥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틈타 P2P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한국과 달리 미국 영국 등 해외 P2P 업체는 개인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2016년 북미지역 P2P 대출 시장의 개인 신용대출 비중은 89%에 이른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6.2%에 불과하다. 유럽 P2P 시장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9.4% 수준이다.한 P2P 업체 대표는 “개인 신용대출은 신청자 수천 명 가운데 우량 차주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신용평가 모델 구축 등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반면 부동산 관련 대출은 건당 대출금이 큰 데다 담보물 평가도 상대적으로 손쉽기 때문에 신규 P2P 금융업체들이 부동산 대출로 몰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P2P 업체들이 부동산 대출 시장에서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투자자는 부실 위험을, 대출 소비자는 고금리 부담을 떠안게 된다. P2P 업체들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연 10~15%대의 투자 수익률을 내세웠고 높아진 투자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가는 모양새다. 다른 P2P 업체 대표는 “높은 금리를 내고서라도 대출을 받아가려는 부동산업자들은 결국 그만큼 부실 위험이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실제 PF 대출의 평균 부실률(대출잔액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은 12.3%에 달해 P2P 대출 평균 부실률(6.4%)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예전같지 않으면서 사기대출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자 같은 담보물로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거나, 담보물을 부풀려 돈을 빌리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 연 20% 수익 달성을 내세워 부동산 PF 상품을 출시한 업체가 건물을 착공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개인신용대출 부문 개인 간 대출(P2P금융)업체 ‘렌딧’이 한국P2P금융협회에서 탈퇴한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26일 “대다수 협회사와 관점이 다르고, 협회의 전반적인 운영 방향에 공감하기 어려워 탈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어난 협회 주요 임원진의 학력 위조 논란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도 유감을 표했다. 이승행 전 한국P2P금융협회장은 매사추세츠공대(MIT) MBA 졸업 등의 허위 학력을 내세웠다는 논란에 휩싸여, 이를 인정하고 관련 사업에 모두 손을 뗀 상태다. 렌딧의 탈퇴가 확정되면, 한국P2P금융협회서 제공하는 월간 대출 누적액 통계에서 렌딧 수치는 빠진다. 렌딧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 누적액과 연체율, 부실률 등 정보를 공시할 계획이다.김 대표는 “앞으로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보다 합리적인 금융 정보를 제공하며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규제 등은 철저하게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렌딧의 누적 대출금은 1210억원이다. 렌딧은 P2P금융협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100% 개인 신용 대출만 전문적으로 취급해온 업체다.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