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0일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으로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게 확실시된다. 국내에선 지방 주요 산업 위기로 불거진 경기침체가 수도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서울 지역의 광공업·서비스업 생산까지 부진이 뚜렷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경기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악화된 내수·수출…'장기 침체' 공포 커졌다
수출 부진 장기화…무역적자 가능성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49억47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3% 감소했다. 조업일수는 작년 동기와 같은 14.5일(토요일은 0.5일로 계산)이었다. 이 추세라면 이달 월간 수출도 10%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1.7%)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 또 올 6월(-13.5%) 이후엔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 기록이 된다.

이달 1~20일 수입은 267억3300만달러였다. 작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17억8600만달러 적자였다. 월간 기준으로도 무역적자를 내면 2012년 1월(-23억2000만달러) 이후 7년8개월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에다 한·일 갈등까지 터지면서 올해 수출 6000억달러 달성이란 목표는 물 건너갔다”며 “연간 기준으로 수출이 20% 이상 쪼그라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달 수출이 감소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반도체와 대(對)중국 판매 부진 영향이 첫손에 꼽혔다.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29.9%에 달했다. D램 메모리 가격이 작년 동기 대비 57.6%, 낸드플래시 단가가 21.3% 떨어졌기 때문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반도체에 이어 석유제품(-20.7%), 자동차 부품(-1.6%) 등 수출도 부진했다. 국가별로는 대중국 수출이 20.0% 줄었고, 일본 수출도 13.1% 감소했다. 미국(-8.7%) 유럽연합(EU·-9.8%) 등으로의 수출 역시 위축됐다.

일본에서의 수입은 이달 1~20일 8.3% 줄었다. 주요국 중에선 가장 큰 폭이다. 한·일 분쟁의 여파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로 확산하는 ‘경기침체’

내수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지방이 만성적인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버텨온 서울 지역의 생산과 소비마저 꺾이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2019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올 2분기 전국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8% 줄었다. 특히 서울 지역(-5.7%)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서울 서비스업생산 증가율 역시 전국 평균(1.4%)보다 낮은 0.3%에 그쳤다.

서울의 소비 증가율은 전국 평균(2.0%)보다 높은 5.4%였지만 내수와 관련이 없는 ‘면세점 특수’ 덕분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작년부터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급증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고, 대규모 면세점이 있는 서울이 수혜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마저 지난해 2분기 증가율(7.3%)과 비교하면 둔화된 수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부산·울산·경남에서 시작된 경기침체가 서울로 확산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유입된 인력이 많은데도 고용률이 답보 상태란 건 그만큼 침체가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가격 및 유가 하락,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생산자물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0.3% 떨어졌다. 생산자물가가 1년 전보다 내림세를 보인 건 2016년 10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조재길/성수영/고경봉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