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투자자, 배상받을 수 있나
과거 사례 보니

'2013년 동양사태' 70% 배상
'2016년 원유 DLS' 원고패소
"DLS 위험 몰랐다면 70% 배상" vs "알고도 투자했다면 못받을 듯"

은행의 개인 고객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에 빠진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파는 행위) 여부를 심판대에 올린다.

금감원은 다음달 열리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DLS 관련 민원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DLS를 판 은행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권고하는 조정안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 DLS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시작하면 분쟁조정 신청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개인투자자가 3654명에 이르는 중대 사안인 만큼 최대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DLS 위험 몰랐다면 70% 배상" vs "알고도 투자했다면 못받을 듯"

투자경험 적고 고령일수록 배상↑

지금까지 금감원에 들어온 DLS 분쟁조정 신청은 총 29건이다. 이 중 가입자의 중도 해지로 이미 손실이 확정된 3건부터 분조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먼저 진행되는 3건의 결과가 향후 모든 DLS 분쟁조정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비율은 투자자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DLS 상품 구조와 판매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은 끝나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DLS 판매사의 배상비율이 최대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분조위는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권유 등 주요 기준에서 금융회사의 잘못이 명백할 경우 60%까지 책임을 부과해왔다. 201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건 때는 투자 경험이 전무한 노년층에 업체 책임을 10%포인트 더 높여 최대 70%까지 인정하기도 했다. 2018년 KT ENS 신탁상품 불완전판매에 관한 분쟁조정 당시에도 고령자에게는 금융회사 책임을 5%포인트 가산했다.

“고위험상품 투자이력 있으면 불리”

다만 과거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투자자는 불리할 수도 있다. 2013~2014년 증권사가 많이 판매한 원유 DLS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영업 현장에선 “고유가 시대에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했으나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원금의 70~100%를 잃은 투자자가 속출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 DLS와 같은 구조다.

투자자들은 법원에 손해배상소송 등을 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1심 법원은 “원고가 투자정보확인서에 ‘성장형’ ‘성장추구형’ 등 위험성 있는 투자 성향을 자필로 기재해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원고 상당수가 주가연계증권(ELS), 주식 등 투자 경험이 다양한 점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DLS와 수익 구조가 거의 비슷한 ELS에 투자한 적이 있다면 위험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연계 DLS는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사모 방식으로 1인당 1억원 이상을 넣은 투자자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PB 관리를 받는 자산가가 상당수이고, 이들은 ELS 등에 투자한 이력이 있어 분쟁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동양 CP 분쟁조정에서도 고위험상품에 익숙한 투자자는 배상액이 대폭 깎였다.

“안전하다고 했다” VS “녹취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연계 DLS의 총 판매잔액은 8224억원이다. 우리은행을 통해 48.8%(4012억원), KEB하나은행에서 47.1%(3876억원)가 팔렸다. 은행 측은 “PB가 상품을 충분히 설명했고, 녹취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상당수는 “PB들이 ‘안전한 상품’이라는 취지로 권했다”며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에서 원금 ‘전액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을 팔았다는 건 비정상적”이라면서도 “통상 불완전판매 분쟁에서 금융회사 책임을 증명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과 별개로 이번주부터 DLS를 설계·판매·운용한 금융회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합동검사에 들어간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사를 이번주 후반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며 “은행이 직원을 평가하는 핵심 성과지표(KPI) 보완 등 재발방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은 우리·KEB하나은행에 DLS 투자자 피해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도 공동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임현우/정소람 기자 tardi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