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을 위한 서재, 남성만을 위한 고급 살롱, ‘키덜트(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를 위한 놀이공간…. 중소기업계에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려는 ‘공간 마케팅’이 잇따라 시도되고 있다. 최근 공간 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는 ‘타깃 마케팅’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매스마케팅과 차별화해 브랜드의 주 소비자층을 한정해 ‘경험적 소비’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룸 북카페 ‘엄마의 서재’
일룸 북카페 ‘엄마의 서재’
“우리 고객만 모십니다”

생활가구 브랜드 일룸은 서울 연희동에 엄마만을 위한 북카페 ‘엄마의 서재’를 열었다. 엄마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책들을 큐레이션한 공간이다. 엄마를 위한 독서토론과 북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한 달에 3~4번씩 김영하, 정여울, 김민철 작가 등 유명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가구 컬러링 클래스’ ‘가구 만들기 클래스’ 등도 연다.

일룸이 ‘엄마’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이들 주 소비층의 감성을 파고들기 위해서다. 가구업계 1위는 한샘이지만 학생용, 어린이용 가구는 일룸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룸 관계자는 “가사와 육아, 회사일로 바쁜 엄마에게 휴식과 성장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육아, 예술, 인문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책 2000권을 구비했다”며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중년용 정장을 판매하는 코오롱FnC의 캠브리지멤버스는 남성만 출입할 수 있는 ‘살롱 캠브리지’를 열었다. ‘남성들만의 우아한 살롱 문화’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공간이다. 캠브리지멤버스의 주 소비층인 40대 후반~60대의 남성 고객이 즐길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갖췄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1970~1980년대 올드팝을 LP로 들을 수 있고, 여러 분야의 서적도 구비했다. ‘남자의 그루밍(치장)’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도 열린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되는 ‘캠브리지바’에선 매달 새로운 와인과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한경애 코오롱FnC 전무는 “주 고객층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신사복을 사는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공간을 조성했다”며 “패션을 즐기는 남성 고객에게 이 시대의 살롱 문화를 새롭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브리지멤버스 ‘살롱 캠브리지’
캠브리지멤버스 ‘살롱 캠브리지’
“브랜드에 개성을 입혀라”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공간 마케팅은 문화 외식 산업 등 전방위에서 시도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최근 영화 ‘토이스토리4’ 개봉일에 맞춰 어렸을 때부터 토이스토리 영화를 보고 자란 키덜트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인 ‘토이하우스’를 개장했다. 9년 만에 돌아온 토이스토리4를 기다린 팬들이 관련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버즈 등 영화 대표 캐릭터 등신대와 사진을 찍고, 토이스토리 단편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도 있다. 각종 인형과 스티커 문구류 등을 판매한다.

BHC는 종로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종로에서 한국의 ‘치맥 문화(치킨에 맥주를 곁들여 먹는 방식)’를 알리기 위해서다. 기존 매장과 차별화된 색감과 조명으로 트렌디하게 공간을 꾸몄다. BHC 측은 “‘종로점’을 치맥 문화를 확산하는 전초기지로, 또 신메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타깃형 공간 마케팅이 확산되는 것은 브랜드에 강력한 개성을 입히는 데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성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으려면 주 소비층의 감성을 건드리는 마케팅이 필수”라며 “감성을 풀어내는 데 ‘공간’이라는 수단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특히 최근 소비 시장은 ‘모든 사람을 위한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연령, 성별에 따라 타깃 소비층이 잘게 쪼개져 있다”며 “그만큼 주 소비층을 집중 공략하는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라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