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씨(33)는 지난해 다니던 정보기술(IT)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폐업한 뒤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1주일에 15시간 편의점에서 일하고 받는 월급 60여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수백 번 이력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생활비가 쪼들려 아르바이트 개수라도 늘리고 싶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다”고 그는 토로했다.
고용률 높아졌다지만…알바 뛰며 다른 일 찾는 '무늬만 취업자' 급증
김씨처럼 지난달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가 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통계에는 취업자로 잡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른 일을 찾는 ‘사실상의 구직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18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78만3000명으로 2015년 관련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많았다. 1998년부터 작성된 개편 이전 통계 ‘추가취업희망자’와 비교해도 최대치다. 이 지표는 지난 2월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어선 뒤 매달 동월 기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 지표는 과거에 경기 침체나 경제위기 때 급상승했다가 경기가 회복되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60만~70만 명대였다가 고용시장이 다소 회복된 2000년 중반부터는 30만~40만 명대를 유지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다시 60만 명대로 급증한 바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이후 연간 90만 개 안팎의 공공일자리를 만들며 취업자 수 등 고용의 양적 측면을 개선했다”며 “하지만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등이 증가한다는 것은 질적인 면을 고려하면 고용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공공 일자리가 민간 일자리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기 침체로 오히려 민간 일자리까지 단기화하는 양상”이라며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고용 실상을 외면하고 긍정적인 지표만 강조한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통계청이 2014년부터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잠재 경제활동인구 등 ‘숨은 실업자’를 반영한 고용보조지표를 내놨지만 최근 고용통계 발표 때는 이를 외면한다는 얘기다. 학계에서는 주당 한 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가 되는 현행 통계의 문제점을 개선한 확장실업률을 실질적인 실업률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등 ‘숨은 실업자’를 반영한 확장실업률은 동월 기준 최고 기록을 올 들어 매달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확장실업률은 11.9%에 달했다. 단순 실업률(3.9%)보다 세 배 이상 높다. 하지만 정부는 매달 고용통계를 발표할 때 내는 보도자료에서 관련 내용을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고용통계 평가에서도 취업자 증가폭이 늘었다는 걸 근거로 “고용시장이 회복세”라고 했다. 확장실업률에 대해서는 “공식 통계가 아니라 보조지표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