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한국에 별도의 온라인몰을 열지 않았다. 한국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상품을 사려면 미국 아마존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아마존은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주요국에서는 현지 사이트를 열고 사업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 쇼피 등 다른 글로벌 e커머스도 비슷하다. 한국에선 물건을 팔고 싶어 하는 ‘셀러’ 모집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온라인몰을 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을 장악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작년 118조원을 넘겼다. 이 시장에는 ‘강자’들이 즐비하다. 거래액 기준으로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가 1등이다. 작년 약 16조원어치가 거래됐다. 11번가와 쿠팡도 거래액이 8조~9조원에 이른다. 위메프와 티몬 등도 급성장하고 있다.

e커머스뿐 아니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도 이 시장에서 수조원대 거래를 일으키고 있다. 투자도 적극적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하며 시장을 e커머스 업체에 내주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 알리바바가 한국에 들어와 ‘압도적 1등’ 자리를 차지하긴 쉽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e커머스 시장에 절대적인 강자가 있다면 그 기업을 인수해 진출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춘추전국시대에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때문에 못 들어온다”는 분석도 있다. 손 회장은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운영한다. 이 비전펀드가 한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이 쿠팡이다. 투자액이 총 30억달러(약 3조58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비전펀드가 쿠팡 지분 절반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또 다른 곳이 알리바바다. 소프트뱅크를 통해 지분 28.89%를 보유 중이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손 회장을 중심으로 알리바바와 쿠팡이 연결돼 있는 셈이다.

손 회장은 일본에선 야후재팬, 인도에선 플립카트 등을 통해 e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시아 e커머스 시장은 손 회장이 주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