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사업에 3년 이상 최대 20억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1년 기한에 1억원으로 묶여 있는 지원 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또 신산업 기술 분야에는 연간 2000억원 이상 우선 지원하고,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 독립을 위한 R&D에도 연간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에 도전·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래 신산업 성장의 기반인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조속한 기술 독립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中企 '기술독립' 가속화…R&D 지원 대폭 확대
기간·규모 확대해 R&D 실효성 높여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 R&D를 아이디어 구현에서 스케일업(외형 성장)까지 단계별로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원 기간과 규모를 현재 1년, 1억원의 단기·소액 중심에서 벗어나 3년 이상, 최대 20억원으로 늘렸다. 혁신 역량을 초기·도약·성숙 등 단계별로 지원 대책을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기부는 4차 산업혁명의 전략 기술 분야 20개에 연간 2000억원 이상을 매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중소기업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20개 분야 총 152개 품목은 구분 공모를 통해 지원받게 된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미래 선도형 3대 신산업에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할당해 집중 지원한다. AI 분야 R&D에도 지원이 집중된다. 지난해 130억원이었던 지원 규모가 내년 150억~2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산·학·연 R&D 협업 강화

中企 '기술독립' 가속화…R&D 지원 대폭 확대
일본의 수출규제로 ‘기술 독립’ 이슈가 부각된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내년부터 매년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 해당되는 품목을 일본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6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전략품목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면 연내 불화수소를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형 R&D’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6400여억원이었던 ‘민·관 공동 R&D투자협약기금’을 2022년 8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기금은 대기업, 공공기관, 중견기업 등이 대·중소협력재단에 출연하고 정부가 매칭 출연해 조성한다. 건당 지원 기간과 규모를 현재 최대 2년, 10억원에서 앞으로 최대 3년, 24억원으로 확대한다. 대기업의 구매 의무를 면제, 수입 의존도가 큰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시제품 구현을 비롯한 실험적 R&D를 촉진할 계획이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 이전 및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테크 브리지 R&D’도 적극 지원한다. 기술보증기금이 보유한 대학·연구소 소유 기술 데이터베이스 34만 건을 중소기업과 연결해주고 기술이전 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개발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첨단기술을 사장시키지 말고 중소기업이 사업화해 국산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