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스타 박찬호 모델로 한 영상
구글 '이달의 광고' 선정

유연하고 실험적인 광고
'금융=보수' 뛰어넘은 파격
“퇴직금을 어떻게….”

한 중년 남성이 대중목욕탕에 앉아서 혼잣말을 한다.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건넨다. “선생님, 지금 퇴직 걱정하셨죠? 저도 은퇴를 할 때는 두렵고 그랬는데~(중략).”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쉼없이 말하던 박찬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중년 남성의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KB금융그룹이 공개한 유튜브 영상 ‘투머치토커 박찬호가 조용해진 이유는’의 한 장면이다. ‘귀에 피가 날 때까지 말한다’고 해서 ‘TMT(too much talker)’라는 별명이 붙은 야구스타 박찬호의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게 살린 바이럴(입소문을 활용한) 영상이다. 유머와 광고를 적절하게 결합한 3분 남짓의 이 영상은 구글이 뽑은 ‘이달의 광고’에 선정됐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이다. 조회수는 600만 회를 넘어섰다. 스포츠 스타와 아이돌을 적절히 활용하며 마케팅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KB금융이 유튜브 광고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마케팅 '미다스의 손' KB금융…유튜브 광고서도 돌풍

한발씩 앞서가는 광고·마케팅 전략

구글은 매달 ‘아시아·태평양 유튜브 광고 리더보드’ 순위를 발표한다. 조회수, 총 시청 시간, 시청 유지 시간 등을 고려해 13위까지 뽑는다. 박찬호가 나온 ‘목욕탕편’은 지난 6월 선정된 리더보드에 6위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 광고 중에선 유일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루하지 않게 재미 요소를 많이 넣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3분짜리 영상 중 ‘직접 광고’는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후반부에야 배우 이승기가 나와 ‘투머치(too much)한 금융의 시대는 갔다. 금융은 심플(단순)’이라며 KB금융 서비스를 소개한다. 동영상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광고를 보고 이렇게 웃은 건 처음’이라는 내용의 댓글도 주렁주렁 달렸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유연하고 실험적인 마케팅 전략이 또 한번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KB금융은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광고·마케팅 전략에서 한발씩 앞서갔다. 금융계에서 맨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서다. 다른 금융회사들이 영화배우 등 유명 연예인에 집중할 때 KB금융은 국가 대표 운동선수에 주목했다. 김연아(피겨스케이팅) 박태환(수영) 박인비(골프) 등이 대표적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직후에는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후원해 온 윤성빈(스켈레톤)이 광고에 출연했다.

‘아이돌 마케팅’에서 한 획을 그은 것도 KB금융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2월 방탄소년단(BTS)과 광고모델 전속 계약을 맺었다. 당시만 해도 은행권에서는 신뢰를 주는 이미지를 중시해 아이돌을 모델로 삼는 사례가 드물었다. 그러나 3개월 뒤 BTS가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대박’이 터졌다. 지난 6월 출시한 ‘KB X BTS적금’은 27만 계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BTS의 광고료가 빌보드차트 1위 이후로 10배 가까이 올랐다”며 “금융사가 아이돌을 전속 모델로 활용한 것도 파격이지만 ‘몸값’이 치솟기 전 좋은 모델을 선점하는 능력도 대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튜브 영상도 인기…‘애자일 문화’ 덕

KB금융의 다른 유튜브 영상도 잇달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감성 코드를 자극한 ‘하늘 같은 든든함, 나의 아버지’ 영상은 유명 모델 없이도 조회수 1200만 회(페이스북 포함)를 넘겼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취업박람회에서는 ‘와썹맨’으로 유명한 박준형 씨를 섭외해 KB 홍보모델인 김연아와 즉석에서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지난 5일 내놓은 영상 ‘안재홍, 인생의 봉을 만나다’ 편도 1주일 만에 조회수 130만 회를 넘어섰다.

KB금융의 광고·마케팅이 계속 업계를 선도하는 것은 유연한 조직 문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모델을 채용하거나 기존 틀과 다른 형식을 시도하더라도 실무자 의견이 확고하면 대체로 허용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실생활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새로운 광고 형식을 통해 꾸준하게 알리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현장 촬영 영상과 감독 인터뷰 영상 등 재미있는 뒷얘기도 공개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