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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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위기에 처한 대형마트 업계가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점포 10여 곳을 매각한다.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sale & leaseback)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역시 꾸준히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자산유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각 대형마트는 사업의 '선택과 집중'에도 속도를 낸다. 이마트는 비인기 전문점 사업을 정리하고,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PB) 수를 줄이기로 했다.

이마트는 10여 개 내외의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유동화를 진행하기 위해 주관사 KB증권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13일 밝혔다.

이마트는 KB증권과 협의해 자산 유동화 대상 점포를 선정한 후 연내 투자자 모집 등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각 예상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이마트는 현재 총 158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마트 매장 142곳 중 121곳, 트레이더스 매장 16곳 중 14곳이 자가점포다.

세일 앤 리스백은 기업이 보유 자산을 매각한 뒤 재임차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기업은 소유권을 넘겨준 만큼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자산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통상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높이면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다.

이마트는 정부 세제개편 등의 영향으로 최근 종합부동산세가 가중된 만큼 부담 경감을 위해 점포 매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연간 보유세 842억원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창사 후 첫 영업적자(299억원 영업손실)를 냈다.

이마트 관계자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점포를 매각한 이후에도 점포들을 10년 이상 장기간 재임차하게 된다"며 "기존 점포운영은 자산유동화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마트는 지난 2분기 188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전문점 사업의 경우 효율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지난달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부츠', 만물잡화점 '삐에로쇼핑' 매장 21곳을 폐점했다. 대신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2008년부터 매장 유동화를 통해 현금 확보를 추진했다. 최근에는 롯데리츠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롯데쇼핑은 롯데리츠에 마트 4곳 뿐 아니라 백화점 3곳, 롯데아울렛 2곳 등의 건물과 토지를 매각하고 1조6290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아울러 롯데마트는 이익 개선을 위해 자체브랜드(PB) 전략을 전면 재검토했다. 기존 38개였던 PB를 '초이스엘'을 비롯한 10개로 줄였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 노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창용 롯데마트 상품기획(MD) 본부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위주의 기존 PB상품에서 벗어나 롯데마트만의 검증된 품질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시그니처 상품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이 339억원에 달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16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국내에서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한편, 대형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도 매장 51곳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중단된 상태지만 향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IPO를 추진했던 홈플러스 리츠는 국내 최초의 조(兆) 단위 공모 리츠로 주목을 받았다. 수요예측 성적이 기대치를 하회해 상장을 철회했지만 회사 측은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공모희망가는 주당 4530~5000원으로, 공모 규모가 1조5650억~1조7274억원이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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