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불어난 규제 공무원
(5·끝) 규제부서 더 늘린 금융위·금감원

금융그룹 감독조직 신설
시장 "규제완화 체감 못해"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금융당국 조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특별사법경찰 출범 현판식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네 번째)과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금융당국 조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특별사법경찰 출범 현판식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네 번째)과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이 규제 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금융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던 기존 방침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11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인력은 2016년 말 293명에서 지난해 말 327명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도 2016년 말 2099명에서 지난 3월 말 2219명으로 불었다. 금융당국은 핀테크(금융기술), 포용적 금융과 같은 금융소비자를 위한 조직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제 관련 부서도 동시에 신설됐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도입하면서 금융그룹혁신단을 출범시켰다. 금감원도 금융그룹감독실을 새로 설치했다.

금융권에서도 ‘규제 완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핀테크 등 일부 분야 규제만 풀렸을 뿐 지배구조와 인사 등에선 여전히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키코(KIKO)’ 재조사가 대표적인 과잉 규제 사례로 꼽힌다. 금감원은 키코 피해 기업 네 곳에 대해 은행들의 배상을 권고하고 있다. 은행들은 사실상 감독당국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며 “키코 관련 배상을 거절하면 감독당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혁신금융 한다더니…규제 부서 늘린 금융위·금감원

혁신금융 외치는 금융위…'10년前 키코'로 은행 부담 키워

시중은행 A부행장은 10년 전 은행에서 판매했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키코 피해 기업 네 곳에 피해액의 20~30%를 배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문이다. 4개 기업에 배상할 금액은 300억~45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정도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유사 사례가 잇따를 경우 배상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키코 재조사로 은행들 압박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키코 재조사를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보고 있다. 키코는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이다. 약정 구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계약자가 제한된 이익이나 손실만 보는 구조다. 기업들이 2007~2008년 환헤지를 위해 가입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랐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3년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키코 이슈를 재점화시킨 곳은 정치권이었다. 여당 정치인들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키코 사태를 ‘금융 적폐’로 꼽으면서 10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7년 말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위에 이 사건의 재조사를 권고했고 금융위가 받아들였다.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하자 금감원의 키코 재조사에 속도가 붙었다.

재조사 결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조만간 상정된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피해금액의 일부를 배상하라는 분조위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배상 권고를 외면할 경우 뒤따를 금융당국과의 관계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경영진 임기 만료 다가와 더 긴장

금융업계는 특히 올 하반기부터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더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밉보였을 때 돌아올 후폭풍이 두려워서다. 올해 말까지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9월), 허인 국민은행장(11월), 김도진 기업은행장·이대훈 농협은행장(12월)의 임기가 끝난다. 내년 3월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실제 주요 금융회사 CEO의 연임 시점마다 금융당국의 간섭이 있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에 들어가는 등 CEO 선임 과정에 적용되는 절차적 요건을 더 강화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확대 △CEO 선임 관련 절차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이다.

금감원도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올해 초 금감원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현재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연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윤 금감원장은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함 행장에 대한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 중이니 그에 대한 법률적 리스크를 체크해달라고 (하나금융 이사회에) 전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규제 완화한다면서 당국 몸집은 커져

금융당국도 할 말은 있다. 핀테크(금융기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정부 측 해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금융당국이 한쪽에선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대표적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 간 부실 전이를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 모범규준 형태로 도입됐다. 금융위에선 해당 업무를 소관하는 금융그룹혁신단도 함께 출범시켰다. 금감원엔 금융그룹감독실이 새로 생겼다. 지난 6월에는 모범 규준이 1년 더 연장됐다.

한 지주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서 조직을 키우고, 늘어난 인원의 인사를 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다시 신설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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