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자산 지키는게 좋은 투자…유동성 확보를"
“좋은 투자는 돈을 무조건 불리는 게 아니라 있는 자산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무리한 베팅 대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TC)프리미엄강남센터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투자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증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친 박 센터장은 우리은행에서 초고액 자산가를 전담 관리하는 TC프리미엄강남센터를 이끄는 금융 재테크 전문가다.

박 센터장은 경기의 불안 요소가 여느 때보다 많아지면서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돈을 불리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물가 상승이 멈췄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기업이든 개인이든 유동성을 많이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향후 ‘승자독식’의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은 최근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 등에 자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센터장은 “부동산도 안전한 편이기는 하지만 신속한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에 곧바로 뺄 수 있는 상품이 더 낫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당시부터 달러, 금, 채권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을 꾸준히 사모은 자산가들은 이미 적지 않은 수익을 봤다는 게 박 센터장 얘기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이어지고 있고 각 나라가 금리 인하로 경기를 겨우 부양하는 상황이어서 화폐 가치가 향후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며 “금은 화폐와 관련 없이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계속 유지할 것이어서 장기 투자 가치가 좋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달러는 단순히 환차익을 노려서 단기 매매하는 것은 크게 추천하지 않는다”며 “원화 가치 하락을 대비해 화폐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분배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 센터장은 “채권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가격이 오르고 있어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며 “무리해서 들어갔다가는 주식처럼 ‘상투’를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채권에 투자한다면 장기보다는 단기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도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보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망 업종의 주식에 투자하거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고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 등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경기 변수도 너무 많아졌다”며 “국내 증시는 1800선 이하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종목 투자는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부채가 적고 현금성 자산이 많으면서 현금흐름이 좋은 B2B(기업 간 거래) 업체를 골라 투자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재무 건전성이 높은 B2B 업체는 경기가 더 나빠지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며 “기업이든 개인이든 시장 상황이 최악이 됐을 때 투자할 여력이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현 시점의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