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샤오미·오포 "삼성 이미지센서 쓴다"…세계 1위 소니, 떨고 있니?
“이미지센서는 2030년 이전에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 부사장, 지난 5월 9일)

“시스템반도체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3개 제품군이 있습니다. 이미지센서가 그중 하나입니다.”(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지난 6월 18일)

지난 5월 이후 두 차례 삼성전자 기자실을 찾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핵심 경영진은 이미지센서에 대해 유독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혁신 제품을 계속 선보여 세계 1위 소니를 이른 시점에 따라잡겠다는 다짐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언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선봉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시스템LSI사업부는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놨다.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이미지센서 신제품을 납품하기로 했다.

손잡은 삼성과 샤오미

8일 외신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4위(올해 1분기 기준) 스마트폰 생산업체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 신제품을 주력 스마트폰 ‘훙미(紅米)’ 시리즈에 적용할 것이라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세계 5위 업체 오포 역시 신흥국 시장에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같은 센서를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뇌’ 기능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함께 삼성전자가 집중 육성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꼽힌다. 이제석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설계팀장(상무)은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 등장한다”며 “샤오미와 함께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기술력에서 우위”

이미지센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일본 소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소니 점유율(CMOS 제품 기준)은 51.1%다. 2위 삼성전자(17.8%)를 크게 앞서고 있다. 업계에선 샤오미와 오포가 소니 대신 삼성전자 신제품을 전격 채택한 것은 ‘삼성의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2002년에 이미지센서 양산을 시작했지만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노하우를 적용해 제품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소와 화소 사이에 ‘격벽’을 세워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빛이 옆 화소로 새 나가지 않도록 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엔 세계 최초로 6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신제품 ‘아이소셀 브라이트 GW1’을 공개했다. 화소 크기를 0.8㎛(1㎛=100만분의 1m)까지 줄여 같은 크기 제품에 더 많은 화소가 촘촘히 배열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샤오미와 오포가 채용하기로 한 삼성전자의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는 GW1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관계자는 “삼성의 신형 센서는 현존 최고 수준의 센서(4800만 화소)보다 해상도가 34%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중국 업체들이 일본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삼성 제품을 적극 채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 분쟁에서 미국 편에 서 있는 일본 기업 제품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얘기다.

하이닉스도 중저가 시장 점유율 확대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시장 공략은 지속될 전망이다. 린빈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7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개발 중인 1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치)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자동차 회사들이 채용하는 카메라 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지센서 수요도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도 이미지센서 시장에 뛰어들어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500만~1300만 화소급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1600만 화소급 신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의 약진에 일본 소니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등 거대 시장을 놓고 한·일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