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원래 그랬고, 삼성화재가 이렇게 세게 나오는 건 처음 보네요.”

요즘 손해보험업계의 화제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벌이는 ‘영업 전쟁’이다. 손해보험시장의 격전지로 꼽히는 ‘장기 인(人)보험’ 부문에서 두 회사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사실 두 회사는 경쟁 상대로 묶기에 ‘체급’이 맞지 않는다. 삼성화재는 자산만 80조원을 넘는 부동의 1위이고, 메리츠화재는 자산 20조원 수준의 5위 업체다. 메리츠화재는 2~3년 전부터 손해보험의 여러 영역 중 장기 인보험을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월별 실적에서 삼성화재를 근소한 차로 뛰어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1위 긴장시킨 5위 메리츠, 장기 人보험 '약진'
삼성의 아성 VS 메리츠의 야성

7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장기 인보험 신규 판매액에서 1·3·4월은 삼성화재, 5·6월은 메리츠화재가 앞서는 등 박빙의 선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 인보험은 암·치매·어린이보험 등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사람(人)의 질병·재해 보장에 집중하는 상품을 가리킨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화재보험 등 물(物)보험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인보험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업계 후발주자인 메리츠화재는 외부 판매조직인 보험대리점(GA)을 적극 활용해 점유율을 높여 왔다.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한 돈으로 GA에 경쟁사보다 높은 수수료와 시책(비공식적인 추가 인센티브)을 지급했다. 경쟁사들은 “영업 질서를 흐린다”고 비판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이런 와중에도 삼성화재는 수익성을 관리하며 우량고객에게 집중하는 보수적 경영을 해왔다. 보험사 자체 판매조직(전속설계사)이 탄탄해 GA에 별로 기대지 않았다.

하지만 메리츠화재의 ‘돌격 영업’이 먹혀들면서 삼성화재도 올 들어 점유율 수성에 나서고 있다. GA에 지급하는 시책을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이 허용하는 최대치(매출 대비 250%)까지 높였다. 보장금액을 확 높인 특판 상품을 게릴라식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언더라이팅(가입 심사)도 상당 부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관계자들은 “예전의 삼성화재에선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경쟁 구도 깨졌다”

1위 삼성과 5위 메리츠가 세게 맞붙다 보니 2~4위인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은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2~4위 업체도 판매수당과 시책을 많이 늘렸지만 삼성화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경쟁이 어떻게 결론 날지가 관심사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자금력이 업계 최강인 데다 장기 인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메리츠를 제대로 제압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했다. 메리츠화재도 공격적인 영업 기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출혈 경쟁 유발자’라는 논란에 시달렸던 이 회사는 지난 6월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별다른 위법 사항을 지적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장기 인보험 초회보험료는 2016년 4900억원에서 올해 59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평균 6.5% 성장으로, 정체상태에 빠진 보험산업에서 그나마 ‘성장률이 높다’고 평가받는 영역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보험사의 전통적인 주력 상품은 가입률이 모두 포화상태”라며 “눈길을 끌 만한 상품을 빨리 내놓고 대대적으로 판매한 뒤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는 ‘속도전’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인보험

보험 기간이 통상 3년 이상으로 길고, 사람(人)의 질병이나 재해를 보장하는 것이 주목적인 상품이다. 암보험, 치매보험, 간병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