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재 SKC 사장(왼쪽)과 무틀라크 래쉬드 알라즈미 PIC 대표가 7일 제주 서귀포 디아넥스호텔에서 양사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SKC·PIC 합작사 설립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SKC 제공
이완재 SKC 사장(왼쪽)과 무틀라크 래쉬드 알라즈미 PIC 대표가 7일 제주 서귀포 디아넥스호텔에서 양사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SKC·PIC 합작사 설립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SKC 제공
SKC가 쿠웨이트의 석유화학업체인 PIC와 손잡고 1조4500억원 규모의 화학사업 합작사(SKCPIC·가칭)를 세운다. SKC는 신규 투자자 유치를 통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합작사는 해외에도 생산 설비를 짓고 영업 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SK그룹과 PIC의 모기업인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KPC 간 30년 우정이 합작사 설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KPC는 SK에너지에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였으며 2003년 소버린 사태 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한·쿠웨이트 화학 기업 맞손

SKC, 쿠웨이트 PIC와 '빅딜'…합작社 만든다
SKC는 7일 이사회를 열고 화학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지분 49%를 PIC 측에 매각, 별도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양측은 SKC 화학사업부문 기업가치를 1조4500억원으로 평가했다. SKC는 지분 49%를 약 5500억원에 팔았다. 내년 1분기 합작사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SKC와 PIC 합작사는 폴리우레탄의 원재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와 프로필렌글리콜(PG)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SKC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PO 제조 공법인 ‘HPPO’를 상용화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SKC의 화학사업부문은 올 1분기 매출 1920억원, 영업이익 271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SKC는 합작사 출범을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PO 연간 생산량을 100만t까지 늘리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계획이다.

PIC는 KPC의 100% 자회사다. 다우케미칼 등과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합작사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화학사로 꼽힌다. PIC는 중동을 비롯해 세계에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고 자금력도 풍부해 합작사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PO와 PG의 원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PIC도 다운스트림(원유수송·정제·판매) 제품 생산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와 PIC 협력 강화 기대

SK그룹과 PIC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SK가스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 지분 25%를 이 회사에 1163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번 투자까지 성사되면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C는 PIC의 투자로 확보한 5560억원을 사업 구조 재편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금은 SKC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인수키로 한 자동차 전지용 동박업체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KCFT) 인수자금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KCFT의 인수금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완재 SKC 대표는 “SKC는 그동안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이번 글로벌 협력으로 화학 분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의 글로벌 톱티어 PO 플레이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틀라크 래쉬드 알라즈미 PIC 대표는 “우리는 이번 협력 관계를 세계로 확장하기 위해 여러 기회를 찾아 발전시켜나간다는 비전을 함께하고 있다”며 “이는 다운스트림 제품 쪽으로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PIC의 전략과 같다”고 말했다.

김보형/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