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일의 원자재포커스] 리튬(Li)에는 왜 기준가격이란 게 없을까?
리튬(Li)은 2차 전지의 핵심소재다. 리튬을 이용해 만든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는 알칼리 배터리, 니켈카드뮴 배터리 등 다른 배터리 기술에 비해 비교적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리튬은 전기자동차 엔진에도 활용돼 2010년대 들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원자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은 다른 대부분 광물들과 달리 벤치마크(기준)가격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벤치마크가격이란 원자재 등을 거래하는 국제 상품시장에서 특정 재화에 대해 기준이 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 런던금속거래소(LME) 등에서 해당 재화의 시장 수급 상황을 반영해 고시한다.

리튬의 경우 벤치마크가격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상품시황을 알기가 어렵다. 몇몇 시장조사업체들이 리튬을 취급하는 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주 혹은 달 단위로 리튬 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확한 리튬 가격 현황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리튬의 벤치마크가격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리튬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종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리튬은 금속 중에서도 반응성이 매우 높고 불안정한 편이라 생산 과정에서 이미 종류가 다양하게 나뉘게 된다. 당장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수산화리튬(LiOH)을, 칠레 등 남미 지역에서는 탄화리튬(Li2C2)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정연일의 원자재포커스] 리튬(Li)에는 왜 기준가격이란 게 없을까?
수산화리튬과 탄화리튬은 모두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는 하지만 사용처가 각각 달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장 지난 6월 기준 수산화리튬은 t당 1만4000달러를, 탄화리튬은 t당 1만2000달러를 나타냈다.

리튬은 또한 배터리 등으로 활용되기에 앞서 대부분 중간재로서의 처리 과정을 거쳐 시장에 공급된다. 대표적인 예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리튬폴리머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인데 반해 리튬폴리머폴리머 배터리는 전해질이 반고체상태인 젤 형태를 띈다. 이 중 리튬이온 배터리는 주로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기기에 쓰이고,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전기차 등에 쓰이는 대형 배터리의 소재가 되고 있다. 두 배터리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쓰임새도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변화하는 양상에서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리튬의 벤치마크 가격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당장 지난 6월에는 LME가 리튬 가격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벤치마크 가격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LME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앞서 설명한 요인들을 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기업인 칠레의 SQM 관계자는 LME 발표에 대해 “리튬은 공정 과정에서 상품의 종류가 이미 너무 다양하게 세분화 돼 있다”며 “벤치마크 가격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방안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