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암진단 비용 10분의 1로 줄인 이동용 펫디 대표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수록 암에 걸려 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대부분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죠. 보험이 안 돼 진단비만 40만원씩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발한 키트면 2만~3만원에 암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악성종양(암) 조기진단 키트를 개발한 이동용 펫디 대표(22·사진)를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만났다. 이 대표가 이끄는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펫디’는 KTB그룹과 벤처기업협회 서울벤처인큐베이터(SVI)가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연 ‘KTB 벤처챌린지’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 대표는 고교 2학년 때부터 서울대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을 만큼 바이오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컸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 2016년 입학한 그는 2017년 6월부터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의약품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광학 센서 개발’ 프로젝트에 6개월간 참여했다. 이 대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익힌 광학센서 기술을 토대로 같은 해 12월 과 후배 2명과 의기투합해 펫디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상대로 암을 진단하려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진단 비용만 40만원씩 들어 반려동물에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암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펫디가 개발한 키트는 소변으로만 1분 이내에 95% 이상 정확하게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소개했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벌레를 이용해서다. 그는 “네이처 논문을 읽다가 예쁜꼬마선충이 후각으로 암환자의 소변에서 나는 특정 물질을 따라가는 성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를 광학센서 기술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반려동물 박람회에서 키트를 시연했는데 일곱 살, 아홉 살 반려견 두 마리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며 “국내 900만 마리 반려동물의 악성종양 조기 진단을 위해 각 동물병원과 전속 판매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도 관심이 크다. 이 대표는 “사람에게도 진단 키트가 유효한 만큼 내년부턴 중국 등 의료보험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나라에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