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난기류를 만났다. 대형 항공사(FSC)는 중동 항공사에 밀리고 저비용 항공사(LCC)는 일본의 경제보복 여파를 받고 있어서다. 휴가철 성수기를 맞은 항공업계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다. 전문가들은 “항공업은 유가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업종”이라며 “중동 항공사들의 하늘길 공략과 한·일 관계 악화 등 정치적 이슈까지 겹쳐 연중 최대 성수기인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편”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공세에 韓·日 악재까지…항공업계 '난기류'
UAE발(發) 하늘길 공습

대한항공 등 FSC의 관심은 오는 7~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UAE 항공회담에 쏠려있다. 한국과 UAE 간 항공편 증편이 이뤄지면 유럽과 아프리카 등 장거리 노선 수요를 UAE 항공사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UAE는 이번 항공회담에서 한국~UAE 항공 노선의 주 7~14회 증편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에티하드항공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주 7회 운항하고 있는데, 이를 각각 주 14~28회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천~UAE 노선은 현재 14회에서 최대 56회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국에선 대한항공만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UAE의 항공 노선 증편 요구는 유럽으로 가는 한국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계 결과, 지난해 기준 에미레이트항공(인천~두바이) 탑승객 중 72%, 에티하드항공(인천~아부다비) 탑승객 중 63%가 UAE를 거쳐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들 중동 항공사는 한국 항공사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승객을 모으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유럽행 승객은 중동을 경유하더라도 가격이 20만~30만원 저렴한 중동 항공사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UAE행이 증편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노선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발(發) 악재에 우는 LCC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어부산은 오는 9월부터 대구~오사카 노선을 하루 2회에서 1회로 감축 운항하고 대구~도쿄 노선은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도 9월부터 부산~오사카(주 4회), 부산~삿포로(주 3회)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무안~오이타, 대구~구마모토 노선을 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도 일본 노선 구조조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노선은 그동안 저비용 항공사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꼽혔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여행 수요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일본 노선 덕분에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LCC의 전체 국제선 노선 가운데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69개 노선 중 32%인 22개가 일본 노선이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일본 노선 비중이 각각 43%와 35%에 달한다. 일본 노선이 LC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가까운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일본 여행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LCC들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7월 하반기 인천발 일본 노선 탑승객은 46만7249명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이전인 6월 상반기(53만9660명)보다 13.4%(7만2411명) 감소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